트럼프 1기때 한미FTA 재협상했던 사례 기억해야

2024-07-09 13:00:01 게재

한국, 대미 수출·무역흑자 역대 최대 … 미국 통상압력 우려

대중 무역수지 양국 수교 후 32년만에 2년 연속 적자 전망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무역 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견제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교역의존도가 38%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양국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2차례에 걸쳐 현재 상황 진단과 대책을 모색해본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뀜에 따라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역대 최대치에 이른다.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6.8%로, 미국 12.0%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이후 지난해 중국 19.7%, 미국 18.3%로 양국간 격차가 좁혀졌고, 올 상반기 중국 19.0%, 미국 19.3%로 역전됐다.

1~6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615억달러로 전년대비 19.0% 줄어든 반면 대미국 수출은 624억달러로 18.1%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대미 수출, 21년만에 대중 수출 앞서 = 대미국 수출비중은 2000년 21.8%(376억달러)에서 2010년 10.7%(498억달러)로 줄어든 이후 12~13%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2022년 16.1%(1098억달러)로 급증한 이후 수직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앞선 건 2003년 이후 21년만이다. 당시 대미 수출은 2002년 328억달러에서 2003년 342억달러로 줄었고, 대중 수출은 236억달러에서 351억달러로 늘며 순위가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2000년 84억달러에서 2010년 94억달러, 2015년 258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보호무역주의와 통상압력이 심화돼 그해 179억달러, 2018년 139억달러로 급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트럼프 재선 실패 후 회복돼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에 이어 2023년 444억달러 흑자를 봤다. 올해는 상반기 무역흑자 규모가 274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수립한 역대 최대기록을 다시 쓸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자동차수출 영향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58억달러로, 전년대비 30.4% 증가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45.4%에서 올해 51.3%로 5.9%p 뛰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미 무역호조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통상압력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대미국 흑자규모가 너무 커져서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서 들어오는 값싼 수입품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파괴됐다”며 “무역 흑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관세를 더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취임했을 당시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국 이익에 초점을 맞춘 보호무역주의를 이끌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자국의 자동차산업 적자를 이유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 결과 한미FTA를 개정해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 미국내 관세(25%)가 2041년 1월1일까지 20년 연장됐다. 또 한국 내에서 미국산 자동차 교체부품 안전기준에 대해 미국기준을 인정하도록 했다. 이에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수출시 제작사별로 연간 5만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적용하는 전례를 남겼다.

우리나라가 현재 무역구조를 선제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현재 미국의 8번째 적자국”이라며 “미국에서 수입을 늘려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는 방안처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한국 전기차부품 등 상생방안 필요” =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1991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이후 32년만(1991~1992년)에 2년 연속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수출이 회복됐음에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구조 개선 등 전반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6월 우리나라는 중국으로 615억달러를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4% 증가한 수치다. 수입은 674억달러로 전년대비 4.8%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5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2013년 628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고 2018년 556억달러에 달하는 등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2019년 200억달러대로 줄더니 2022년 12억달러에 그쳤다. 이어 2023년에는 18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992년 이후 31년만의 대중국 적자다.

나아가 올 상반기에도 적자를 면치못해 사상처음 2년연속 대중 무역적자가 우려된다. 2년 연속 대중 무역적자는 1991~1992년 이후 32년만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수출품목인 반도체가 회복됐음에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2023년 36.6%, 2024년 1~5월 35.5%로 줄었다. 미중 패권경쟁 이후 미국의 제재에 따른 영향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중 무역이 활발한 만큼 반도체 이외에 중국이 경쟁력있는 품목 중에서 한국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가치사슬을 찾아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국휴대폰과 한국 휴대폰 부품, 중국 전기차와 한국의 전기차부품 등이 적합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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