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미국로펌, 속속 짐싸
자본시장 약화, 지정학적 긴장 등 이유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글로벌 로펌들이 올해 중국사업을 속속 줄이고 있다. 자본시장 약화, 구조적 경제문제, 지정학적 긴장 등의 이유다.
8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소재 미국 로펌 사무소 직원 수는 2022년 643명에서 최근 545명으로 100명 가까이 줄었다. 닛케이는 “미국 로펌들은 글로벌 인수합병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중국내 사업을 확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이 경제를 재개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었다”고 전했다.
법률서비스 정보업체 ‘레오파드 솔루션스’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중국 본토에 진출한 미국 로펌은 64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61곳으로 줄었다. 레오파드 솔루션스는 “올해 말엔 60곳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다국적 로펌 데커트는 지난주 “올해 말 중국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데커트는 베이징과 홍콩 사무소에 14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다. 데커트는 성명서에서 “싱가포르 사무소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계속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선 올해 3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로펌 ‘웨일 갓셜 & 메인지스’가 베이징 사무소를 폐쇄한 데 이어 조만간 상하이 사무소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 로펌 대변인은 “아시아 지역 법률서비스를 홍콩 사무소로 통합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로펌 ‘저그하우저그룹’의 창립 파트너변호사 피터 저그하우저는 “미국 로펌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다양하다”며 “고객-변호사 간 비밀유지특권이나 중국법의 적법절차가 부족하다. 최근 시행된 간첩법이나 사이버보안 규정에 대한 불편함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로펌들은 중국에서의 사업기회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여긴다. 미래의 어느 시점엔 좋아지겠지만, 단기간이라기보다 장기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1월 미국대선의 영향력에 대해선 엇갈리는 입장이다. 중국에 진출한 일부 미국 로펌들은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미국 로펌들에게 지금보다 더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 변호사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정학적 긴장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에서의 사업이 더 골치 아파질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법무부 최신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 사무소 수는 감소추세다. 2022년 말 기준 중국 진출 로펌 사무소는 205개였다.
미국 로펌 ‘모리슨&포스터’는 지난 5월 내부공지를 통해 베이징 사무소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로펌 대변인은 “올 가을 베이징 사무소 문을 닫을 방침”이라며 “이미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도쿄 등의 사무소를 통해 중국 고객들에 대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로펌 ‘메이어 브라운’도 지난 5월 홍콩과 베이징, 상하이 직영사무소를 통해 제공하던 법률서비스를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로펌은 2021년 홍콩대를 대리하다 계약해지된 이후 여러 중국 국영기업들과의 관계도 단절된 바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