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재난 선포권’ 실효성 논란

2024-07-15 13:00:21 게재

개정 재난안전기본법 17일 시행

“권한 이양, 예산 지원 뒤따라야”

시·도 재난대응역량 제고 지적도

오는 17일부터 전국 시·도지사들이 ‘재난사태’를 선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갖고 있는 ‘재난사태 선포권’을 시·도지사에게도 부여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지난 1월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재난사태 선포권’ 이양이 당장은 선언적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난대응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확보와 재난상황에 대한 판단능력 등 전문성, 인프라 구축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경기지사 화성화재사고 현장 브리핑 김동연 경기지사가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2일차인 지난달 25일 사고현장 인근에서 소방재난본부장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15일 행안부와 전국 광역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1월 16일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1조, 제36조에 따라 시·도지사는 재난에 따른 생명·신체 및 재난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시·도 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난 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이 경우 시·도지사는 지체 없이 이를 행안부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을 의결했고 오는 17일부터 시행된다.

광역단체장이 재난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된 이유는 갈수록 다변화되고 극심해지는 재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국가 주도의 재난 대응체제로는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 2015년 재난사태 선포권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다가 2022년 이태원 참사를 겪고 나서야 정부가 이를 공식화했고 올해 초 관련법이 통과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재난사태 선포권’은 재난경보 발령, 인력·장비·물자 동원, 대피 명령, 공무원 비상소집, 이동자제 권고 등의 권한을 의미한다. 지역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시·도지사가 재난사태 선포권을 갖게 됨에 따라 재난발생 시 보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재난사태 선포권이 이양된다고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가주도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을 현장 중심의 재난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고 시·도지사에게도 재난사태 선포권을 부여한 것은 반길 일이지만 국비지원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어서 아직은 선언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개정된 법령에 따라 재난대책본부의 재난 유형별 수습 주관부서를 일원화하고 지원관을 신설하는 등 관련 조례를 개정한 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재난사태 선포권을 이양받은 시·도지사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과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하고 시·도는 재난상황을 신속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 등 재난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칠성 서울시의원은 “앞으로 서울시가 이양된 권한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재난 판단 능력 등 전문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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