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전환 거부교수 재임용 탈락 “재량권 남용”
1.2심, 원고 승소 “재임용 기대권 인정”
대법 “종전 호봉제 계약조건 적용돼야”
교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된 성과연봉제에 동의하지 않은 대학 교수에게 재임용 거부를 통보한 학교 측 조치는 ‘재량권 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1998년부터 B대학 교수를 지냈다.
B대학법인은 2014년 3월부터 성과급 연봉제를 시행했다. 다만 기존 교직원들에 대해서는 2013년 12월 보수규정 찬반투표에서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해 호봉제가 유지됐다.
B대학법인 이사회는 2018년 12월 A씨에 대해 연구실적 등 일정 조건을 전제로 2019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재임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사장은 2019년 3월 A씨에게 조건부 재임용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통지했다.
조건은 보수를 기존 호봉제가 아닌 성과급 연봉제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호봉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성과급 연봉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학측은 2019년 8월 재임용계약서 작성 거부를 이유로 A씨에게 퇴직 처분을 통보했다. 성과연봉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교직원보수규정은 2020년 3월에야 과반 동의를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 측이 A씨에게 재임용 절차를 거쳐 재임용을 통보해 기존 계약과 같은 내용으로 재임용될 것이란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1심 재판부는 “학교측은 원고와 임용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통보를 했는데, 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하다”며 “원고와 학교 사이에는 종전의 임용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한 법률관계가 성립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소청심사 결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항소심 결론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원고의 동의 없이는 개정 교직원보수규정이 원고와 참가인의 임용관계에 적용될 수 없다”며 “원고는 재임용심사를 거쳐 재임용이 결정되고 그 사실을 통보받음에 따라 임용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학교법인의 교원 재임용행위는 원칙적으로 재량행위에 속하지만, 재임용 거부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는 경우에는 사법통제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재임용 당시 교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 개정 교직원보수규정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새로운 근로관계를 맺지 않은 이상, 원칙적으로 기존 교직원보수규정이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고에게 개정 교직원보수규정의 적용에 동의해야만 재임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동의 없이 임용관계에 적용될 수 없는 개정 교직원보수규정에 대해 적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임용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며 “학교 측의 재임용 거부 행위는 재임용 여부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