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VS 정시 판단 기준은

수시냐 정시냐, 내게 맞는 주력 전형은?

2024-07-17 13:00:02 게재

내신과 수능 상관 관계 커 … 섣부른 ‘올인’은 회피에 불과, 병행하며 기회 넓혀야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차이로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보다 좋으면 ‘정시러’, 반대로 내신이 모의고사보다 좋은 경우 ‘수시러’라고 자칭하며 주력 전형을 정한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고2 2학기가 끝날 때쯤 또는 3학년 1학기를 마무리할 때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1 1학기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직후부터 ‘정시러’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이 40%에 달하면서 일찍부터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아진 것도 이유이다. 하지만 너무 일찍 내신 VS 수능, 수시 VS 정시의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입시는 끝날 때까지 알 수 없기에 한 가지 전형만 고집하기보단 여러 변수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주력 전형을 정해야 할 시기는 있다. 어떤 기준으로, 언제 주력 전형을 정해야 할지 알아봤다.

‘정시 파이터’라는 말이 한창 유행이었다. 재학생에겐 매력적으로 들리는 단어다. 학교 수업과 시험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한번의 수능에 ‘올인’하겠다고 다짐한다. 당장 결과가 나오는 시험이 아니라서 수능 때까지 시간도 꽤 남아 있다. 수능 때까지 공부하면 못 받을 성적이 있겠냐는 생각에 정시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 그러나 수시·정시를 구분해 주력 전형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학생들은 내신과 모의고사를 두고 고민한다”며 “정시에 강한 고교가 아닌 일반고에서는 수능에 강점이 있어서라기보다 학생부가 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정시를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고교 교사들은 고2 2학기, 3학년 1학기에 주력 전형을 결정했던 이전과 달리 고1 1학기 시험이 끝나자마자 결정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전한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비중이 40%로 확대되며 ‘문이 넓어졌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고3이라면 학생부기록과 여러번의 모의고사 성적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 그나마 객관적으로 내신과 모의고사에서 우위를 판단할 수 있지만 고1~2 때는 사실 수능 성적을 예측할 어떤 판단 기준도 없다”며 “냉정하게 말해 재학생이 정시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수시로 갈 수 있는 대학과 비슷하게 또는 더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은 20%도 채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고2 수업 대부분 수능 과목 = 내신과 수능을 별개의 시험으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시험 문제의 난도나 출제 경향에선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기본 개념을 어떤 형태의 문제로 내느냐의 차이일 뿐 내신과 수능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진 교사는 “수시든 정시든 학교 수업에서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학생들은 정시에 집중한다면서 학교 수업은 소홀히 한다”며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수시든 정시든 선택해야 한다며 조급해하지만 섣부른 결정은 오히려 기회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조언한다.

진학사는 2021~2023학년 3개년 동안 수도권 주요 37개 대학에 지원한 3만6127명의 교과 성적과 수능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수시파’ ‘정시파’로 구분하는 수험생이 많지만 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이 수능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을 확률이 높았다. 특히 수능과 내신의 상관관계는 매년 비례 관계가 뚜렷해진다는 분석이다(표).

교과 2~2.5등급인 학생이 수능에서 1~2등급을 받은 누적 비율이 2021학년 18.9%, 2022학년 13.0%, 2023학년 9.4%로 하락세를 나타냈고 2.5등급까지의 누적 비율도 2021학년 38.6%에서 2022학년 31.4%, 2023학년 24.6%로 낮아졌다. 교과 성적보다 낮은 수능 성적을 받는 비율이 더 높다.

내신 2.5~3등급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수능 2.5등급까지의 누적 비율은 2021학년 22.5%, 2022학년 17.5%, 2023학년 13.7%에 불과했다. 수능 3등급까지의 누적 비율 역시 40.9%에서 34.5%, 29.4%로 해마다 낮아졌다. 교과 성적이든 수능 성적이든 결국 학생의 학업 역량에 기초하기에 내신과 수능성적의 관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정시 합격자가 많은 일부 고교를 빼면 내신과 수능 성적은 비슷하게 나타난다”며 “학생들은 어느 하나를 포기하면 성적이 오를 거라고 기대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일반고에선 교과 4~5등급 학생 중 수능에서 2~3등급을 받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한다.

◆내신 3등급 VS 모의고사 2~3등급의 선택은 = 정 교사는 “학생들은 학교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비교하는데, 내신이 3등급 모의고사가 2~3등급이 나온다면 모의고사가 강점이라고 여긴다”며 “모의고사에서 매번 일정한 등급을 받는다면 그나마 낫지만 고1~2 때는 준비 없이 모의고사를 치를 뿐 아니라 시험마다 혹은 영역별로 성적이 들쑥날쑥하다.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수능 성적을 예측할 수 있을까? 어떤 성적으로 내신과 비교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진 교사는 “학생들은 성적이 좋은 과목은 그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성적이 낮은 과목은 수능 때까지 충분히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의고사에서 영역별로 가장 잘 받았던 성적의 조합을 수능 때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며 “수능 결과를 보면 재학생의 수능 성적은 모의고사보다 0.5~1등급 하락한다. 1 ~2등급이 떨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고3 6·9월 모의평가가 아닌 고1~2 때의 모의고사로 비교했다면 수능 성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일반고 학생은 수시에서 합격할 수 있는 대학도 수능 성적으로는 합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현실을 전했다. 김 교사도 “평범한 일반고에서 1년에 서울 주요 15개 대학에 정시로 합격하는 숫자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이 정도의 수능 성적을 받는 학생은 이미 수시에서 그와 비슷한 또는 좀 더 높은 대학에 합격한다”고 전한다.

수시에는 학생부 내신 위주의 교과전형도 있지만 종합전형도 있다. 진 교사는 “여전히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해야 종합전형 지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며 “최근 종합전형은 특별한 비교과 활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세특을 챙길 수 있어 수시 포기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이 2등급 가까이 차이가 나는 학생들도 있다. 보통 교육특구 또는 정시형 고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당연히 수능 위주인 정시에 주력해야 한다.

심재준 서울 휘문고 교사는 “휘문고에는 교과는 3~4등급대인데 모의고사는 1등급인 학생이 상당하다”며 “입학하자마자 또는 고1 첫 시험 후 내신은 포기하고 수능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많다”라고 전한다.

정시 위주로 준비하는 학생이 많은 소위 ‘정시형’ 고교는 학사 운영에서 수시 대비에 주력하는 ‘수시형’ 고교와 차이가 있다. 수행평가도 수업 시간에 성실하게 참여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형태라 학생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 학교 시험도 수능 문제와 유사하게 출제해 학교 시험 준비가 자연스레 수능 준비가 된다. 때문에 정시형 고교 학생은 내신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지만 학교 수업을 외면하진 않는다.

전천석 삼선대학입시연구소 소장은 “학생들은 수능에선 좋은 결과를 받을 거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냉정하다”며 “같은 학교 재학생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데 수능만 파고든 N수생을 이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오창욱 광주 대동고 교사도 “대동고도 수시와 정시비율이 4:6 정도로 정시 결과가 좋다”며 “모의고사 성적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정시에 좀 더 주력하지만 고3 6·9월 모의평가를 보고 나면 정시가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고 말한다.

수시는 모든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 이들이 많다. 물론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려면 모든 과목에서 높은 성취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중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전 과목이 아닌 1~2개의 특정 과목에서 높은 성취도를 보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오히려 내신 성적이 나쁠수록 수능에 매달리기보다 수시에 집중해 조금이라도 성취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김 교사는 “수도권 대학만 하더라도 모든 과목을 잘하는 학생은 없다”며 “학생부 위주 전형을 바라볼 때 내신에 대한 부담을 필요 이상으로 갖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진 교사는 “내신은 학기당 2번, 총 10번의 기회가 있다. 수행평가로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지만 수능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난다”며 “지금 당장은 수능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어 얼마든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조언한다.

◆수시·정시 이원화는 경계해야 = 몇년 전만 해도 수시와 정시 지원자층은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수시에서는 종합전형, 정시에서는 수능 위주 전형으로 이원화됐고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종합전형은 최저 기준 없이 서류 100% 또는 서류와 면접으로 선발했다. 그러나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는 학교장 추천 전형(지역균형전형)인 교과전형이 수도권 대학에 확대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전 소장은 “수시에서도 수능의 영향력이 커져 수시에 주력해도 수능에서 최저 기준을 충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면 그만큼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라며 “의학계열은 종합전형에서도 대부분 최저 기준을 적용하고 2025학년에는 한양대 서울시립대도 종합전형에 최저 기준을 도입한다. 학생부 성적이 좋아도 수능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원 대학의 폭이 좁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정시는 최상위권에서 교과의 영향력이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대는 2023학년부터 정시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전형에 학생부 정성 평가를 일부 반영한다. 고려대는 2024학년부터 수능 100% 전형과 별도로 수능-교과우수전형을 운영한다. 2026학년부터는 연세대도 동참해 수능 95%+교과 정량평가 5%로 정시 일괄전형의 반영 비율을 변경한다. 이에 따라 종합전형처럼 학교의 모든 활동에 참여하진 않더라도 교과목 선택이나 일정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김기수 기자·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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