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이재성 교수의 웰컴 투 AI

AI학과의 필수템, 미분과 통계를 잡아라

2024-07-17 13:00:02 게재

내년 고1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연관성이 높은 교과목을 소개한다. AI학과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참고할 만하다.

인공지능수학: 기계 학습에서 중요한 분류와 예측 공부 = ‘인공지능수학’의 일부분은 ‘정보’에서 가져왔고 나머지는 ‘수학’에서 다루는 내용 중 인공지능에 중요하게 쓰이는 것들을 가져왔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자료의 표현’은 ‘정보’의 내용과 비슷하다. 후반부에서는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 중 확률, 회귀, 오차, 경사하강법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인공지능 특히 기계 학습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분류와 예측인데 ‘인공지능수학’에서는 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고등학교에서 ‘인공지능수학’을 공부했다면 대학에서 필요한 수학의 기초는 모두 닦은 셈이라 여러모로 유리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AI학과를 희망한다면 ‘인공지능수학’을 공부하는 게 낫고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하고 싶다면 ‘정보’가 더 적합해 보인다.

실용통계: 알고리즘 분석에 필수인 확률 배우기 = 인공지능에서 확률과 통계는 두루두루 활용되는 개념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분류를 수행할 때 언급되는 베이즈 이론은 조건부 확률에 기반을 둔다. 인공지능 분류기 ‘나이브 베이즈’는 통계적 기계 학습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기 때문에 확률을 공부해둔다면 AI학과의 수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인공지능 중 어느 쪽 성능이 나은지 확인할 때는 통계 검정을 수행한다. 성능이 뒤떨어지는 인공지능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인공지능이 출력하는 결과물의 품질을 여러번 관측해 분포를 추정한 후 t검정 등을 통해 이 분포에 차이가 있는지 신뢰 구간의 귀무가설을 검증한다. 따라서 ‘실용통계’를 미리 공부를 해둔다면 AI학과에서 좋은 학점을 받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대부분 발표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한편 ‘확률과 통계’에서 배우는 경우의 수 개념은 인공지능에서 다소 제한적으로 사용하니 참고하자.

경제수학: 현실 문제를 수식으로 옮기는 과정 학습 = 경영·경제 분야를 전공하는 많은 학생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는다. AI학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학생 대부분이 경영, 경제, 통계 전공이기도 하다. ‘경제수학’ 중 인공지능 전공자 입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함수와 경제’ ‘미분과 경제’다.

인공지능에 필요한 물리 개념이 ‘모델링’이고 물리를 선택한 학생은 자연 현상을 수학식으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모델링에 대해 익숙해진다. ‘경제수학’의 ‘함수와 경제’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생산 함수와 비용 함수 파트 등에서 관측한 현상에 대해 가설과 수식을 세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자연스럽게 모델링 개념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수학 개념 중 미분은 ‘미분과 경제’에서 공부할 수 있다.

최근 많은 학생이 잘 다듬어진 문제만 풀다보니 현실 문제를 수학식으로 표현하기 위한 문제 분석을 어려워한다. ‘경제수학’에서는 현실의 여러 문제를 수식으로 옮기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AI 관련 활동과 경험을 어필하라 = 최근 인공지능이 각광을 받으면서 AI학과 진학을 염두에 두는 학부모와 학생이 많아졌다. 현재 화학, 생물학, 경제 수학, 법학 등이 인공지능과 활발하게 융합된 분야로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먼저 AI학과로 진학해 취업한 후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잡아가도 좋고 복수전공도 고려해볼 만하다. 의학 계열과 AI에 모두 관심이 있다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 정보학도 좋은 선택이다. 인공지능 창업이나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실무자에게 직접 조언을 듣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전에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경험을 어필하기 위해 업체에서 제공하는 여러 키트를 활용했던 경험을 학생부에 기록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기록은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완제품에 익숙해진 학생은 내부의 원리를 다루는 데 소홀해 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는 정규 교육 중 AI와 관련된 과목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따라서 수학 시간에 인공지능과 관련이 높은 미분, 통계 등에서 어떤 활동과 경험을 했는지 어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정규 교과에서 프로그래밍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보’ 수업 시간에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 본 경험도 도움이 된다. 이 경우 파이썬 같은 인공지능 분야의 주류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 경험이 중요하며 스크래치나 엔트리 같은 초등학생 수준의 프로그래밍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재성 중앙대학교 AI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