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력화에, 러 “미 책임” vs 미 “러 잘못”

2024-07-17 13:00:02 게재

‘다자협력’ 의제 안보리 회의

중·이란-러 지원, 서방-미 동조

유엔과 같은 다자주의 외교 무대가 국제 분쟁 해결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유엔 무용론’과 관련해 그 책임 소재를 두고 유엔에서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이 격돌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미국이 자신의 규칙을 강요하며 다자주의를 해체하고 있다고 비방했고, 미국 등 서방국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러시아가 적반하장으로 불평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더욱 정의롭고, 민주적이며, 지속 가능한 세계질서를 위한 다자협력’을 의제로 공개토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7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러시아가 제안한 것으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참석해 회의를 주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중국, 그리고 패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독자정책을 펴는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해 서방은 자신들의 모델에 기반해 구축한 글로벌 체제를 공격적으로 해체하고 있다”라고 비방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들을 향해 국익에 반할 수 있는 사안에서조차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규칙기반 질서’가 다자주의와 국제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국제평화와 안보, 글로벌 협력에 반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언급하며 “러시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라고 반격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 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회의장을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다자주의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미국과 서방에 대해 불평을 하는 회의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꼬았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도 러시아가 유엔 헌장을 노골적으로 위반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침략 전쟁을 벌이면서 민간인을 상대로 폭격을 일삼고 있다며 러시아의 의제 설정을 비판했다.

일본 대표와 프랑스 대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거론하며 러시아가 유엔의 원칙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 이뤄지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거래를 비판했다.

중국 대표는 “일부 국가가 추진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라는 개념을 개탄하며, 이는 국제법 외부의 병행 시스템을 만들고 이중 기준과 예외에 대한 합법성을 추구한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또 그는 나토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이 블록이 확장을 추구하고, 거짓 서사를 만들고, 진영 간의 대립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 대표는 미국이 이스라엘 정권의 팔레스타인인 집단 학살을 중단하려는 노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지적했다. 또 그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가 있다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이란에 부과된 ‘부당한 결의안’을 지적했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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