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정서연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2024-07-17 10:34:35 게재

끊임없는 탐구 정신으로 미래 농업 이끌 거예요

어릴 적에 아토피를 앓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집에서 쌀뜨물 발효액으로 천연 세제를 만들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아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는 외래 식물 제거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작은 활동이 차곡차곡 쌓여 이제는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농업을 이끌어나갈 인재를 꿈꾼다. 바로 서연씨가 그리는 미래다.

정서연 |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경북일고)

정서연 |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경북일고)

사진 배지은

교내 주식 투자 대회에서 발견한 바이오 산업의 매력

늘 환경에 관심이 있었지만 계열 선택에 대한 고민은 고교 입학 후에도 계속됐다. 수학보다는 영어가, 과학보다는 국어가 더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개도국의 녹색 성장을 주도하는 국제기구 활동가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참여한 교내 대회가 진로 선택의 변곡점이 됐다.

“1학년 때 사회 선생님의 추천으로 교내 주식 투자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어요. 그때 농업과 생명 기술을 결합한 그린 바이오 산업에 흥미를 갖게 됐죠. 병충해 피해를 줄이는 친환경 비료를 개발하는 곳도 있었고,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갈변을 억제하는 감자를 만드는 회사도 보이더라고요. 식물로 만드는 그린 백신에 대한 기사도 찾아보게 됐어요. 미래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거죠.”

흥미와 관심은 곧장 다양한 탐구 활동으로 이어졌다. <통합과학> 시간에는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방향성을 조사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환경 호르몬에 대한 기사를 읽고 곧장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친환경 필터 기술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농촌 사회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미래학자 콘퍼런스에도 참여했다.

“제가 자란 경북 예천군의 인구는 5만 명이 조금 넘어요. 경북도청 이전으로 신도시가 조성됐지만 버스를 타고 조금만 벗어나면 농사를 짓는 어르신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지역의 농업 종사자를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농촌 고령화 문제를 주제로 뉴스를 제작해 학교에 배포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꾸준한 실험 활동으로 탐구 역량 올리기

서연씨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며 진로 적합성을 보여주는 꾸준한 실험 활동에 집중했다. 그의 학생부에는 간단한 실험 설계부터 장기 프로젝트까지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의 흔적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이공계 실험 캠프나 심화 탐구 실험도 모두 참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실험은 아쿠아포닉스(물고기 양식과 수경 재배를 결합한 기술)였어요. <생명과학Ⅱ> 시간에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 문제 해결 방안을 배우면서 석유 유출 사고에 박테리아를 사용한 사례를 알게 됐어요. 생태계 시스템을 순환시키는 균류와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암모니아 형태로 배출된 물고기의 배설물이 식물의 영양분으로 변하는 게 놀라웠어요. 친환경 방식으로 직접 수경 재배를 해보니 뿌듯하더라고요.”

서연씨는 일상에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탐구 주제를 잡아 곧장 실험을 진행했다. 실패한 실험에서도 개선점을 발견하고 관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고3 때 동아리 활동으로 식물 효소를 이용한 연육으로 실험한 적이 있어요. 단백질의 분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닌히드린 용액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지만 색이 잘 변하지 않더라고요. 뷰렛 용액으로 대체했는데도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죠. 관련 논문을 찾아봤더니 단백질 검출과 정량을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더라고요. 이후에 버섯 재배 실험에서 그 방법을 활용했어요. 항산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라디칼 소거능을 측정해 정확한 수치로 실험 결과를 정리할 수 있었죠.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어요.”

탐구 활동으로 다진 논리력으로 면접에서 승부

탐구 활동에 열중하다 보니 시험 공부를 할 시간이 빠듯한 적도 있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수학 성적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주말에도 재배 실험을 계속하며 보고서 작성에 공을 들였다. 관심 있는 주제를 파고든 독서 활동도 돋보였다. 그 결과 서연씨의 학생부에는 깊이 있는 사고 과정과 차별화된 탐구 역량이 녹아들었다.

“진로와 관련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바로 <곰팡이가 없으면 지구도 없다>였어요. 불쾌하기만 했던 곰팡이가 사실 지구를 지켜주는 3대 고등 생물이란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십대를 위한 영화 속 수학 인문학 여행>도 흥미로웠어요. 신약 개발과 환경 생태학은 물론 농업에도 활용되는 수리 생물학도 알게 됐죠.”

서연씨는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생태계와 관련된 다양한 캠페인도 진행했다. 양궁장을 짓기 위해 학교 뒷산을 깎는 공사가 한창일 때, 서연씨가 주도해 훼손된 생태계를 다시 연결하기 위한 생태 서식 공간을 만들었다. 학교 텃밭 공간에 코스모스를 심는 행사를 진행해 친구들에게 식물 생태계의 가치를 알리기도 했다.

관심 분야가 뚜렷했던 터라 수시에서는 희망하던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에 전형을 달리해 원서 두 장을 썼다. 집 근처인 경북대도 합격했지만 원예학과 식물생명공학, 조경학을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서울여대를 선택했다. 면접 전형에서는 탐구 활동으로 다져진 논리력과 발표 실력이 빛을 발했다.

“여전히 제 꿈은 미래 농업을 이끌어나가는 주역이 되는 거예요. 가까운 미래에 제가 개발한 신품종이 식탁 위에 올라간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웃음) 언젠가는 국가의 농업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자리에 오르고 싶어요.”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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