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죄 개정 추진’ 태국 제1당, 결국 해산되나

2024-07-19 13:00:01 게재

헌재, 8월 7일 전진당 해산여부 결정

해산시 ‘1450만명 지지자’ 반발 예고

작년 태국 총선에서 ‘왕실모독죄(일명 불경죄) 개정’을 내걸고 돌풍을 일으켜 제1당을 차지한 까우끌라이당(전진당)이 해산 위기에 처했다. 태국언론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헌법재판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신청한 전진당 해산 신청사건을 오는 8월 7일 판결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전진당 해산 신청사건은 지난해 총선에서 위기에 몰린 보수세력의 반격으로 해석된다. 전진당이 ‘왕실모독죄 개정’을 내걸고 돌풍을 일으키자, 태국 헌재는 지난 1월 31일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은 입헌군주제를 종식시키려는 시도로 헌법 49조 위반이라며 개정 추진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일부 보수 인사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전진당 해산과 피타 당수 등의 정치활동 금지를 헌재에 청구해달라고 청원했다. 태국 선관위를 이 청원을 받아들여 지난 3월 ‘전진당이 형법 제112조를 개정하려는 노력은 입헌군주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낸다’며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7일 ‘판결을 내릴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하고 심리를 종결하기로 결정하고 판결 날짜를 정한 것이다.

왕실모독죄, 일명 불경죄로 불리는 태국 형법 112조는 왕실 구성원 또는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왕실모독죄는 민주화운동의 탄압 도구로 활용됐다. 2021년 왕실모독죄 폐지를 주장하다가 왕실모독죄로 기소된 아논 변호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아논씨는 재판에서 왕실개혁 요구는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국가원수로서 국왕의 왕권을 증명하는 조항인 헌법 6조는 누구도 비난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총선에서는 왕실개혁과 왕실모독죄 폐지를 주장한 전진당이 하원 500석 중 151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다. 수도인 방콕시 33개 선거구 중 32개를 싹쓸이 했다. 하지만 두번에 걸친 시도에도 피타 대표는 총리로 선출되지 못했다. 총리 선출은 상하원의원 750명이 하는데, 하원의원 500명은 선거로 뽑지만, 상원의원 250명은 전원 군부가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진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얻은 프아타이당이 친군부 정당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했고, 제1당인 전진당이 야당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대표직을 사임한 피타 전 대표는 이와 관련 “입헌군주제 전복 의도가 없었고, 왕실모독죄 개정 법안이 제출되지도 않았다”며 “태국에 법치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타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차기 총리 지지도 1위다. 전진당이 해산될 경우 지지시위가 일어나 정국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7일 헌재 앞에는 한 지지자가 “전진당에 투표한 1450만명의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마십시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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