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풍경

외국인근로자, 근로계약 변경의 효력

2024-07-19 13:00:18 게재

스리랑카 국적의 M씨는 외국인 고용허가제(E-9 비자, 비전문 취업비자)를 통해 S사에 근무하게 됐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제9조에 따라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에 따른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려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해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S사는 M씨와 근로계약기간을 2023년 10월 19일부터 2025년 1월 25일까지 약 1년 4개월로 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근로계약 내용은 외국인근로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어와 스리랑카어로 표기했고 수습기간 3개월도 명시했다.

근로계약서 변경 및 근로계약 해지

그러나 S사는 회사 내부지침이라며 M씨와 근로계약기간을 2023년 10월 19일부터 그해 11월 18일까지 1개월로 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한달 뒤 근로계약기간을 2023년 11월 19일부터 같은 해 12월 18일까지 갱신했다.

M씨는 S사에서의 업무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계속되는 불량 발생과 처음 접하는 업무에 대한 긴장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S사 대표에게 “공장 안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M씨는 S사에 수차례 권고사직을 요청했고 ‘퇴사시켜 달라’ ‘죽고 싶다’ 등의 발언을 했다. S사는 M씨를 설득해 계속 다니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줬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S사는 M씨에게 2023년 12월 18일자로 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관할 고용지원센터에 ‘당사자 간 자율합의로 근로계약 해지’를 사유로 외국인근로자 고용변동 등을 신고했다.

지노위,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

이에 M씨는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1개월 단위로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M씨의 서명은 위조된 것이고 고향에 있는 부양가족을 생각하면 권고사직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죽고 싶다’는 표현은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을 표현한 것이지 인터넷 번역기의 결과처럼 ‘사업장 안에서 자살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계속근로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노위는 M씨가 권고사직을 요청한 사실을 인정해 S사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근로관계를 종료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았다.

중노위는 판단을 달리했다

M씨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을 제기했고 중노위는 판단을 달리했다. M씨는 심문회의에서 근로계약서의 서명이 위조됐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회사에서 준 여러 서류에 서명해 무슨 서류에 서명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중노위는 S사가 M씨와 근로계약기간을 1개월로 변경한 근로계약서는 한국어로만 기재됐고 외국인근로자로서는 중요한 처분문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M씨는 S사에 입사하기 전 이미 두차례나 근무처를 변경해 원칙적으로 세번째 사업장을 그만둘 경우 강제출국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미 자신에게 유리하게 체결된 근로계약기간을 변경해 1개월 단위의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므로 이를 이해하고 서명했다는 사용자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노위는 S사가 M씨에게 표준근로계약서가 아닌 한국어로만 기재된 변경된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받으면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출입국관리법 제19조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을 고용한 자는 ‘고용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변경한 경우’ 15일 이내에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중노위는 S사가 M씨와의 근로계약내용을 변경하면서 신고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점에 비춰 변경된 근로계약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변경된 근로계약의 효력은

당사자가 동의하면 근로계약 변경의 효력은 유효하다. 그러나 위 사례는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근로자에게 통역 없이 한국어로만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받고 신고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은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단순노무를 위해 E-9 비자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근로자수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약 26만명에 달한다. 외국인근로자에게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관련 규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외국인근로자의 권리보호뿐 아니라 노·사 간 분쟁예방을 위한 사용자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양버들

중앙노동위원회

심판2과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