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정보활동 노출도 서로 ‘네 탓’
<수미 테리 기소사건>수미>
대통령실 “문재인정권서 발생” … 민주당 “윤석열정부 가장 많아”
미국 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의 정보활동이 노출된 것을 두고 대통령실과 야당이 책임소재 공방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문재인정부가 정권을 잡고 국정원에서 전문적인 요원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로 채우니까 나왔던 것”이라고 문재인 정권 탓으로 돌렸다. 민주당은 “미국 검찰 기소 내용 중 절반이 윤석열정부 들어서 발생한 혐의”라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마추어만도 못한 대응”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검찰은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정원 간부 요청으로 한국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명품 가방과 연구활동비 등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미국내 정보활동 등 동선이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18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문재인정권 국정원의 역량 문제로 돌리는 듯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정원 요원이 노출된 부분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감찰이나 문책이 진행 중인가’라는 질문에 “감찰이나 문책을 하면 아무래도 문재인정권을 감찰하거나 문책해야 할 상황”이라고 답했다. 전 정권이 전문성 있는 요원들을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전 정권 탓이냐”며 반발했다. 문재인정부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박선원(인천 부평구을·정보위 간사)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미국 검찰의 기소 내용에 박근혜정부 시절 혐의는 8개항, 문재인정부 시절 혐의는 12개 항인데 윤석열정부 임기 첫 해 발생한 20개 항이 기술돼 있다”면서 “누가 누구에게 아마추어라고 햬기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3개 정부가 관여된 사안으로 정파적 이익을 떠나 신중히 언급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국정원에서는 박근혜정부 시절 미국 파트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그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실이 나서서 ‘문재인 국정원 감찰 문책’ 운운하면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하지하책”이라며 “국정원을 갈라치기 해서 정보역량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최고위원은 1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미 테리는)박근혜정부에서 발탁해 윤석열정부까지 활동한 인물이고, 윤석열정부가 긴밀하게 활용했다”면서 “대통령실이 한가롭게 전 정부 탓을 하는데, 정녕 윤석열정부는 수미 테리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보위 차원의 진상조사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선원 의원은 “2023년 4월 폭로된 것처럼 미국도 우리 대통령실을 감청해 왔다”며 “미국에게 재발방지 약속은 받아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미 테리와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현행법상 간첩죄로는 이를 처벌할 수 없다”며 “형법 제98조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 및 외국인 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