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초고령사회…실버타운 문턱 확 낮춘다

2024-07-23 13:00:10 게재

‘사용권’만으로 지을 수 있게 … 시니어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도심 내 유휴시설 전환 유도 … ‘부동산투기·먹튀’ 방지가 관건

정부가 실버타운을 세울 때 토지·건물을 소유해야 하는 규제를 완화해 민간 부문 공급을 촉진하기로 했다. 고령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시니어 레지던스’를 다양한 형태로 늘려 수요에 발맞추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버타운 공급을 민간에 맡긴 뒤 서비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분양을 중단했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추가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시니어 레지던스란 △고령자 복지주택(공공임대) △실버스테이(민간임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등 노인 주거 공간을 포괄하는 말이다. 법률적 개념은 아니다. 작년까지 누적 실버타운 9006세대, 고령자 복지주택 3956세대가 공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민간규제 완화 = 정부는 다양한 유형의 시니어 레지던스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운영 규제부터 부지·자금 등 공급 단계 전반에 걸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정부는 토지·건물의 사용권만으로도 실버타운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소유권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 사용권을 기반으로 서비스만 제공하는 전문 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 근거, 사업자 요건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본의 서비스 전문 사업자 ‘솜포케어’의 경우 시니어 레지던스 2만8500개를 공급하는데 이 중 90%가 토지·건물 사용권만으로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또 신(新)분양형 실버타운을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도입할 예정이다. 사업자의 운영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임대형을 의무적으로 포함해 운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투기수요 차단과 불법 전용 등 방지를 위해 일반 주택과 같은 건축 인허가·관리 기준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서비스 품질관리체계를 마련해 올 하반기 노인복지법 개정 시 포함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요가 높은 도심지에 부지 공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도심 내 유휴시설과 유휴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도심 내 대학시설이나 폐교, 숙박시설, 오피스텔 등을 시니어 레지던스로 전환·활용하도록 유휴시설 활용 성공 사례 공유, 지침을 배포해 용도변경이나 용적률 완화를 유도한다. 현재 부산 동명대와 광주 조선대에서 학교 유휴부지 내 교육·의료 시스템을 접목한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야마구치현에서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 도산한 ‘그랜드 호텔 텐쿠’를 고령자를 위한 커뮤니티 시설로 전환하기도 했다.

◆사업자 자금조달도 지원 = 민간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중 1인 주식 소유 한도(50%) 등 진입규제를 완화한 프로젝트 리츠(REITs)도 도입할 계획이다. 건설자금에 대해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임대 융자 지원도 검토하고,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지원 대상에 분양형 실버타운을 포함할 예정이다.

정부는 공공지원을 통해 합리적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실버스테이’(민간임대주택)도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으로 도입한다. 60세 이상 유주택 고령자도 입주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도 확대한다.

정부는 현행 건설임대 1000호에 노후 임대주택의 리모델링·매입임대로 2000호를 추가 공급해 매년 3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후순위 입주 대상인 중산층 고령가구(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의 입주 기회 확대를 위한 방안도 하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입주자 보호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 표준계약서와 품질 인증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시설 현황과 이용료 등에 대한 정보공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입주 이후 이용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서울주택공사 등을 통해서 기준시가 12억원 이하 주택을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연금형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시니어 레지던스가 다부처 사업인 점을 고려해 관계부처 전담반을 구축하고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실버타운 분양을 두고 불법 전매 등 투기 논란과 부실 운영 논란을 차단하는 데 정책 성패가 걸려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실버타운을 분양한 뒤 가사·돌봄 서비스 등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먹튀’ 논란이 일거나, 분양 뒤 전매하는 등 사실상 고급 주택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2015년 실버타운 분양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장마, 물가 일시반등 우려” =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상이변과 기저효과 등으로 7월은 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이달 중 배추·무 비축분을 하루 300톤 이상 방출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8월 이후부터는 농산물 수급 등 전반적 여건이 개선되면서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집중 호우에 따른 피해를 언급하며 “재난·재해대책비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피해지역 주민의 일상 회복을 조속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장마 직후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취약계층 보호와 에너지 수급 관리, 산업재해 예방 등 ‘한걸음 앞선 대책’을 모든 부처에 주문했다.

최 부총리는 취약계층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도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을 위해 다음 달 중 일자리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고용 감소가 심화하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주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는 고용증대기업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합 고용세액공제를 재설계하는 내용도 담긴다.

민생 안정을 위한 재정도 하반기 차질 없이 집행한다. 정부는 상반기 연간 계획의 63% 수준인 약 400조원을 신속 집행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22조원 늘어난 규모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공공기관 대국민 체감형 서비스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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