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40% '자살·자해' 충동

2024-07-24 13:00:08 게재

푸른나무재단, 실태조사서 확인 … 피해학생 절반, 가해자 사과도 못받아

학교폭력 피해자 2명 중 1명은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학생 절반은 가해학생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푸른나무재단(이사장 박길성)이 24일 서울 서초동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에 의해 확인됐다.

1995년 설립된 푸른나무재단(재단)은 2001년부터 매년 전국 단위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초·중·고교생(8590명)과 교사・보호자・학교전담경찰관・학교폭력현장전문가・변호사(31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실시됐다.

특히 재단은 보다 심층적인 실태 확인을 위해 이번 조사에서 보호자(388명)를 대상으로 하는 인식조사도 실시했다.

지난 2월 19일 서울 중구 성동공고에서 열린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역량강화 연수 개회식에서 한 조사관이 안내 책자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52.2%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 =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3.5%, 가해경험은 1.5%, 목격경험은 6.6%로 전년에 비해서 다소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피해경험은 초등 4.9%, 중등 1.7%, 고등 1.2% △가해경험은 초등 2.4%, 중등 0.4%, 고등 0.2% △목격경험은 초등 9.2%, 중등 3.5%, 고등 2.2%로 나타났다.

이중 피해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으로 인한 고통의 정도’를 질문한 결과, 64.1%가 ‘고통스러웠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7년 동일 문항 조사 이래 역대 최고의 수치로, 피해자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39.9%로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로 재단의 2023년 위기개입 출동 사례 중 자살・자해 사건은 76.0%에 달했다. 재단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위한 통합지원 일시보호 기관(위드위센터)을 운영하고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과반수인 52.2%는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 48.8%는 가해학생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40%, 피해자측 쌍방신고 = 보호자 인식조사에서는 피해학생 보호자의 40.6%가 가해자측으로부터 쌍방신고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푸른나무재단의 상담 전화 중 법률상담 신청 비율 또한 10년 중 최고치(2.9배 증가)를 기록했다.

재단 관계자는 “최근 학교폭력 현장은 갈등 및 법적 분쟁의 온상이 되며 점차 해결이 어려워져 가고 있다”면서 “학교폭력의 분쟁 과열 현상은 학생들의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원만한 해결과 분쟁 예방·대응을 위한 학생들의 역량 강화와 제도적・환경적 지원체계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 보호자의 98.2%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생업에 지장을 경험한 비율도 73.4%에 달했다. 학교폭력 피해 이후 부부 갈등과 사회활동 위축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63.3%, 78.0%에 해당했다.

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 피해는 피해학생뿐 아니라 보호자와 가정의 정신건강, 경제와 관계 등 전반적인 어려움을 초래한다”면서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그 가정의 건강한 회복을 위해서는 정서적・경제적・법률적 지원을 포함하는 피해학생과 보호자 지원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버폭력 피해자 보호·지원체계, 상대적 미비 =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사이버폭력의 확산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태조사에서는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시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이 45.5%로 사이버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집단(34.0%)에 비해 10%p 이상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사이버폭력 피해자 보호 지원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푸른나무재단의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사이버폭력의 익명성과 확산성 등으로 인해 피해학생의 고통이 가중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 중심의 즉각 조치와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부모인식조사와 심층인터뷰에서는 사이버폭력에 대한 플랫폼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 촉구의 요구(82.5%)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관계자는 “플랫폼기업은 사회적 비판을 수용하고 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면서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사전 차단하고, 그로써 발생하는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와 NGO, 기업의 파트너십 핫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 대응을 위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 제로센터의 피해학생 전담지원관, 관계개선지원단, 법률지원단,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 제로센터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