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문서 통지 1주일 지나면 송달 간주 “합헌”
헌재 “재판청구권 침해 아냐”
“조항 없으면 재판 지연 우려”
민사 전자소송에서 당사자가 시스템에 등록된 문서를 확인하지 않아도 등록 사실을 통지한 뒤 일주일이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 재판장)는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11조 4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심판대상조항은 전자소송에 동의한 일방이 시스템에 등록된 전자문서를 ‘등재사실을 법원이 통지한 날부터 1주 이내에 확인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등재사실을 통지한 날부터 1주가 지난 날에 송달된 것으로 본다. 통상 법원은 문서 등록과 함께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으로 등록 사실을 통지한다.
청구인 A씨는 B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변론기일에 2차례 출석하지 않았다. A씨는 “변론기일 통지가 누락됐다”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변론 불출석’을 이유로 소송 종료를 선언했다.
그는 변론 기일 통지가 누락돼 변론에 출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2022년 1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전자송달 간주 조항을 두지 않는다면 소송당사자가 재판진행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등재된 전자문서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 재판이 한없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다른 한편 신속한 재판의 전제로서 원활하고 신속한 송달을 위해 전자적 송달의 효력발생시기에 대한 예외를 제한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전자문서 확인은 전자소송시스템에 접속해 로그인하는 간편한 절차를 통해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1주일이라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자송달 간주 조항은 전자소송 진행을 위한 송달과 관련된 입법자의 형성적 재량을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소송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문서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보완 규정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규정이 A씨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 관계자는 “전자 송달 간주 조항의 합헌 여부에 관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