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부동산 940억달러 이상 부실
은행들 대손충당금 늘려
블랙스톤은 배당금 삭감
“대출연장 어려워질 것”
미국 상업부동산(CRE) 시장 악화로 도이체방크가 대손충당금을 늘렸고, 블랙스톤 모기지트러스트는 배당금을 삭감했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의 경우 CRE 대손충당금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향후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자의 고통이 줄고 부동산 소유주들이 대출을 차환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현재 상황은 은행들이 대출을 연장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미국 상업부동산 가치 중 940억달러 이상이 현재 부실상태다. MSCI는 추가로 2010억달러 자산이 부실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예상했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핌코)의 존 머레이와 프랑수아 트라우쉬는 최근 투자자노트에서“향후 2년 약 1조5000억달러 CRE 대출만기가 닥치면 그 파급력이 심각할 것”이라며 “은행과 채무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감정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전망이다. 대출연장을 합리화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썼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27일 “올 하반기 CRE 대손충당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도 “미국 CRE 악화가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우려를 불렀다. 같은 날 블랙스톤 모기지트러스트는 “2분기 61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엔 1억170만달러 이익을 낸 바 있다. 블랙스톤은 이 때문에 배당금을 24% 줄였다. 하루 뒤인 28일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CRE 대출이 악화하면서 2분기 대손충당금으로 3억9000만달러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선임 크레디트애널리스트 톨루 알라무투는 CRE시장 전망과 관련 “대손충당금이 늘어났다는 건 상업부동산에 대출해 준 은행들과 금융기관이 여전히 자산재평가를 진행중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보다 많은 감정가 조정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상황과 비교하면 덜 심각할 수 있지만, 여전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업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사모신용투자자들은 위기 속 기회를 엿보고 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CRE부채펀드는 단기적으로 500억달러 이상의 자본을 늘리는 것을 추진중이다. 채무자들이 대출만기를 맞이하면서 부실화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은행들로부터 사들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블랙스톤 모기지트러스트 CEO 케이티 키넌은 “우리는 넉넉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CRE 환경에서 점진적으로 투자금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핌코는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내려도 CRE 대손상황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구조화된 사모신용상품 가운데 선순위부채와 그 다음단계인 메자닌부채 투자자들에겐 이익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핌코는 “선도금리곡선에 따르면 대출금리로 인해 상업부동산 가치가 2021년 고점 대비 20~40%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상업부동산 회복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