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시장·경제 조작? 월가서 논쟁 불붙어
단기국채 발행비중 놓고 갑론을박
미국 재무부가 국채만기를 통해 경제를 부양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31일 마켓워치가 전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논쟁의 발단은 지난주 공개된 한 보고서다. 자산운용사 ‘허드슨베이캐피털’ 수석전략가 스티븐 미란과 뉴욕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는 공동보고서에서 “재무부가 1년 미만 단기국채(재정증권)을 과도하게 발행하는 등 국채 만기를 조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장상황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조작하고 있다”며 “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핵심기능을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란과 루비니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9개월 동안 재무부의 재정증권 초과발행은 대략 8000억달러 양적완화(QE) 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마켓워치는 “이는 10년만기 국채 금리를 대략 0.25%p 줄이거나 연준 기준금리를 1%p 낮춘 효과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저자들은 “재정증권 발행을 늘린다는 재무부의 결정은 통화긴축정책을 통해 경제를 냉각시킨다는 연준의 노력을 일부 무력화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지난 20여년래 최고 수준임에도 금융시장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보고서를 반겼다. 공화당 상원의원(테네시주) 빌 해거티는 마켓워치에 “국채발행에 정치가 끼어들어선 안된다. 슬프게도 옐런 장관은 국채 만기를 극적으로 바꾸면서 장기금리를 조작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런 ‘백도어’ 양적완화는 미국채에 대한 신뢰를 허물어뜨린다. 그리고 미래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능력에 심각한 리스크를 가한다”고 주장했다.
재무부는 이같은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은 마켓워치에 “경제를 조작하려는 전략은 없었다는 걸 100% 보증한다. 우리는 그와 같은 그 어떤 것도 논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무부의 한 관리도 “해당 보고서는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의 지침(guidance)을 잘못 이해했다. 지침에선 재정증권 비중을 전체 15~20%로 유지토록 한다. 저자들은 이를 규정(rule)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권고사항(recommendation)이다. 따라서 일부 신축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통중인 재정증권은 대략 6조달러다. 전체 국채시장에서 약 22% 비중을 차지한다.
재무부 관리는 “이후 점진적으로 재정증권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였다. 올해 2분기는 세금납부 기간이기 때문에 단기로 빌릴 필요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보고서는 올 2분기를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다. 시장조사기관 ‘라이트슨 아이캡(Wrightson ICAP)’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루 크랜들은 보고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년 미국채 발행은 역사적 기준 등에 부합하는 방식이었다”며 “재무부는 예고한 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외환헤드인 밥 엘리엇은 “왜 재무부가 보다 신속히 재정증권 비중을 줄이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강하고 금융시장은 더 강한 상황에서 재정증권 비중을 올렸다는 점이 보고서의 요점이다. 경제가 상당한 완화를 필요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정책 통해 이를 완화하려는 점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재무부가 연준과 상반된 목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지난해 11월 1일 4분기 자금조달 계획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당시 미국채시장은 불안한 상황이었다.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10월 말 15년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국채 매도세가 발생했다.
그에 앞서 7월 발표된 재무부 자금조달 계획에 주요 경제매체들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중장기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할 계획이라는 데 대해 언론들은 ‘고삐풀린 미국의 적자지출을 시장이 소화해 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은 투자자들에게 “지속불가능한 재정적자로 미국채를 떨어내겠다” 말하기도 했다.
재무부는 11월 자금조달 계획을 공개하면서 중장기국채 발행량을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는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물량이었지만, 시장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낸 것으로 보였다”며 “재무부의 방향전환이 어느 정도 효과를 냈는지, 단기금리에 대한 연준의 가이던스 변화가 어느 정도 효과를 냈는지는 구분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투자자문사 ‘재니 몽고메리 스캇’의 수석채권전략가 가이 레바스는 마켓워치에 “복잡한 요소가 있다. 지난해 8월 연준은 여전히 금리인상 모드였고 시장에 극도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11월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