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 냉전 후 최대 수감자 맞교환

2024-08-02 13:00:02 게재

에반 게르시코비치 WSJ 기자 등 24명 … 트럼프 “돈 준 것 아니냐” 깎아내리기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으로 석방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 전 미 해병 폴 휠런, RFE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의 가족들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24명의 수감자 맞교환을 성사시켰다. 백악관은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 해병대 베테랑 폴 휠런, 자유유럽방송(RFE)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를 포함한 세 명의 미국 시민을 러시아로부터 석방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맞교환 과정에서 러시아는 총 16명을 석방했다.

여기에는 5명의 독일인과 7명의 러시아인이 포함됐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독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를 포함해 8명의 러시아 국적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크라시코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교환을 추진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는 미국, 독일, 러시아 외에도 터키,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가 관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석방은 외교와 우정의 성과”라며 “동맹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감사를 표하며, 동맹국들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또 “러시아 당국은 어떤 합법적 이유도 없이 이들을 오랜 시간 구금해 왔다”며 “3명의 미국인들은 모두 부당하게 간첩 혐의를 적용받았다”고 규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교환이 역사상 가장 크고 복잡한 맞교환이었다”고 설명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직접적 관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으며, 석방자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직접 맞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 공직자들과 광범위한 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으나 구체적인 협상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수감자 교환이 곧바로 양측 간의 긴장 관계를 완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복잡한 협상을 통해 이루어진 외교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 개선보다는 개별 수감자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NN은 이번 대규모 맞교환에 앞서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터키를 방문해 물밑 협상을 진행했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독일 총리 등과 대화를 나누며 문제 해결에 주력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잡한 막후 협상을 거쳐 도출된 이번 맞교환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외교적 승리”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억류된 미국인들을 모두 집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약속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관계 개선을 이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국은 이미 지난 2022년 12월에도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미국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미국에서 복역하던 러시아 무기 판매상 빅토르 부트를 맞교환한 바 있다. 이번 교환이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수감된 미국인들을 석방하기 위해 돈을 지급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번 수감자 교환을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시절 여러 인질을 돌려받았으나 그 과정에서 상대국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 역시 러시아가 트럼프 재집권을 두려워하여 수감자 교환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의 악당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곧 재집권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집안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겨냥해 “왜 자신이 대통령이었을 때 그렇게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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