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총리 사임후 탈출, “임시정부 구성”

2024-08-06 13:00:00 게재

학생시위 승리, 300여명 사망

권력공백 상태, 군부동향 주목

방글라데시 총리 셰이크 하시나가 수 주간 이어진 격렬한 학생시위 끝에, 5일 사임하고 나라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약 300여명의 대학생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나는 인도에 도착해 영국 등 제3국으로 떠날 것으로 보인다. 하시나 사임후 도주 소식이 알려지자 군중들을 환호했다. 수백명 군중이 총리 관저의 담을 넘어 들어가 그곳을 파괴하고 약탈했다. 하시나 총리의 15년간의 통치는 갑작스럽고 극적인 종말을 가져왔다.

총리의 급작스런 사임후 권력공백 상태가 벌어지고 있다. 영국 BBC는 6일 “하시나가 사임한 지 몇 시간 후, 모하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은 투옥된 전 총리 칼레다 지아와 최근 공무원 할당제에 대한 시위 중에 구금된 모든 학생을 석방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샤하부딘 대통령은 군 수뇌부와 정계 대표자들의 회의를 주재했다”며 “그는 임시정부가 구성되고, 새로운 선거가 실시되며, 전국 통금령이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샤하부딘 대통령이 권력을 이어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각책임제인 방글라데시는 총리가 실질적인 정부운영에 책임을 지며, 대통령은 국가의 상징적 대표로서 주로 의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5일 “육군 참모총장 와케르-우즈-자만 장군이 총리의 사임 이후 임시정부 구성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진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자만 장군은 이어 “새 정부에는 모든 주요 정당의 대표가 포함될 것”이라며 “군부에 긴장을 진정시킬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자만 장군은 주요 야당과 시민 사회 구성원들과는 회담을 가졌지만 하시나의 아와미연맹당과는 회담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부가 상황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권을 장악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독일 언론 디더블유(DW)는 5일 “군부가 주도하는 임시정부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인권 운동가와 변호사를 포함한 저명인사 21명으로 구성된 그룹은 임시정부가 하시나의 축출로 이어진 대중 불만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들은 성명에서 “장기간의 선거 사기, 만연한 부패, 경제적 부실경영 및 억압 등으로 인해 누적된 대중의 분노가 이제 대중 운동으로 폭발했다”며 “권력은 학생과 정당과의 논의를 거쳐 헌법적 수단을 통해 임시정부로 이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단체는 군부가 국가를 운영해서는 안 되며 대신 민간 임시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고 막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명에 참여한 샤딘 말릭은 DW와의 인터뷰에서 군의 역할은 방글라데시를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는 6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미디어는 방글라데시 야당이 1월 투표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고, 선거가 ‘자유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며 “투표를 앞두고 러시아는 피터 하스 미국 대사가 반정부 집회를 지원하고 야당 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방글라데시의 내정에 간섭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1억 71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방글라데시는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의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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