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상반기 선전…하반기도 맑음?
반도체 등 상품수지 호조, 전망치 100억달러 웃돌아
한은 “글로벌 경기개선·투자소득 양호로 흑자 지속”
자동차 등 최근 감소세 … 대외여건 불확실성 커져
다른나라와 상품과 서비스 등의 교역을 통해 얻은 최종 손익계산서인 국제수지가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1년치를 넘어섰다. 그만큼 달러가 국내로 순유입됐다는 의미이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해 내수와 수출이 균형있게 성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과제가 많지만 그나마 수출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6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6월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상반기 누적 흑자는 377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1억5000만달러) 흑자 규모는 물론, 한국은행이 예상한 전망치(279억달러)보다 100억달러 가까이 초과 달성한 셈이다.
경상수치 흑자를 떠받친 부문은 상품수지다. 상품수지 흑자는 6월(114억7000만달러)과 상반기(442억7000만달러) 모두 월간 및 반기 기준 지난해 수준을 압도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극심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다 하반기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상품수지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를 떠받쳤던 본원소득수지는 올해 상반기(69억7000만달러) 흑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184억9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등 상품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하반기 해외 배당 등 투자소득도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7일 기자설명회에서 하반기 전망과 관련 “글로벌 제조업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투자소득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입되면서 당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대외교역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상품수지에 더해 배당소득 등이 늘어 본원소득수지까지 개선되고, 여기에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축소되면 정부나 한은 전망치를 상당폭 넘어설 여지도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600억달러로 예상했는데, 이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추가로 상향할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하반기 대외 교역여건이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 지난해 이후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미국 경기가 변수다. 송 부장은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둔화 가능성과 주요국 통화정책방향, 미국 대선 및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부 수출 품목에서 수출 개선세가 둔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3대 수출품목의 최근 3개월 수출 추이가 후퇴하는 양상이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 112억달러로 전달(134억2000만달러)보다 16.5% 감소했다. 두번째 품목인 자동차도 7월 수출액이 53억7000만달러로 5월(64억9000만달러)과 6월(62억달러) 대비 1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수입도 변수다. 지난해 이후 수출이 늘고, 수입이 감소하면서 상품수지 흑자를 지속했지만 향후 수입이 늘어날 여지가 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7월 원유 수입은 72억3000만달러로 전달(66억2000만달러)보다 9.3% 늘었다. 전년 동기(62억3000만달러)에 비해서는 16.1% 늘었다. 가스와 각종 석유제품의 수입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중동정세 불안정성과 환율 등도 하반기 에너지류 수입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과 의존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폭도 축소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