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보복공격 초읽기
국제사회 만류 안 통해 … 이스라엘 "심각하게 받아들여" 최고 경계태세
이스라엘은 12일(현지시간) 이란과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군 경계태세를 최고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적들의 선언과 성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공격과 방어에 있어서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며칠간 우리는 헤즈볼라와 이란을 중심으로 적들과 중동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왔다”며 “위협을 탐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 상공을 지나는 이스라엘 공군 항공기 순찰 횟수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의회(크네세트) 외무·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란과 헤즈볼라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지난 며칠간 우리는 방어를 강화하고 대응 공격 옵션을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복수의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그 추종 세력들이 24시간 안에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랍 매체 스카이뉴스아라비아는 이란과 그 대리세력 ‘저항의 축’이 유대교 명절 ‘티샤 베아브’ 기간인 이달 12~13일을 노려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4개국 정상과 통화를 하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자제를 촉구했다.
5개국 정상은 전화통화 뒤 별도 성명을 통해 “중동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가자에서 정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노력에 전폭적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란 및 이란이 배후에 있는 테러리스트 그룹들이 자행하는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면서 “이란이 현재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공격 위협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동에서 긴장 고조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스라엘에서 발표했듯 이란 혹은 그들의 대리인이 며칠 이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어 “이것이 중동 역내에 몇 가지 태세 변화를 결정한 이유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전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과 통화를 하고 중동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논의한 이유”라며 “우리는 역내 어떤 폭력 확산 혹은 이란 및 그 대리인에 의한 공격을 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미 국방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유도미사일 잠수함의 중동 배치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도미사일 잠수함은 잠수함 발사 순항 미사일(SLCM) 운용에 특화한 핵 추진 순환 유도탄 잠수함(SSGN)을 의미한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직접적인 설득 작업도 이뤄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며 “중동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촉구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역내 갈등 완화를 위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전화했다고 dpa,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또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이날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통화에서 “분쟁의 확대를 피하고 대신 대화와 협상, 평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파롤린 추기경에게 “국제법과 규정에 따르면 침략당한 국가는 자기방어의 권리, 침략자에게 대응할 권리를 가진다”며 보복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향해 로켓 수십발을 쐈고,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등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대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