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수심위’…스텝 꼬인 검찰

2024-09-10 13:00:19 게재

중앙지검 검찰시민위, 수심위 부의 결정

‘김 여사 명품가방’ 청탁 판단 달라질까

15일 이원석 총장 임기 내 마무리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이원석 검찰총장 직권으로 소집돼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했던 수심위와는 별개 절차로 김 여사 사건 처분 시기 등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는 전날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최 목사의 수심위 소집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출근하는 이원석 검찰총장 이원석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피의자나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이 수심위 소집을 요청하면 각급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는 회사원,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 부의위를 열어 대검 수심위에 안건을 올릴지 결정한다.

이날 부의위는 검찰과 최 목사가 제출한 서면 의견서를 토대로 약 2시간 동안 비공개 논의를 진행한 끝에 최 목사가 고발당한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공무집행 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의 수사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를 수심위에 부의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냈다.

최 목사는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신청한 김 여사 사건에 대한 수심위 소집 요구가 자격 문제로 불발되자 지난달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었다.

최 목사의 요청으로 열리는 수심위에선 피의자인 최 목사가 자신과 김 여사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기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는 지난 5일 대검에 제출한 서면 의견서에서 “선물을 준 행위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탁은 청탁의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 맞고 직무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직무 관련성이 없어 최 목사의 명품가방 공여 행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의 배우자와 달리 공여자에 대해선 처벌 조항이 있지만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에만 적용된다는 판단이다.

앞서 지난 6일 이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수심위에서는 검찰 수사팀과 동일하게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 증거인멸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불기소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15일 이전에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 목사의 수심위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스텝이 꼬이게 된 검찰은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법조계에선 피의자가 다르고 적용된 혐의도 다른 만큼 최 목사와 분리해 김 여사를 먼저 무혐의 처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사실상 같은 사건의 공여자에 해당하는 최 목사에 대한 처리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수자인 김 여사를 먼저 처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 목사 사건 수심위에서 직무 관련성 등과 관련해 기존과 다른 판단을 내놓는다면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수심위는 사안별로 참여할 위원을 무작위로 선정하기 때문에 김 여사 사건 때와는 다른 위원들이 사건 내용을 다시 심의하게 된다. 김 여사 수심위에는 배제됐던 최 목사도 이번 수심위에는 신청인이자 피의자로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게 된다.

검찰이 최 목사 사건 수심위 결과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기로 하면 이 총장 임기 내 마무리는 불가능해진다. 수심위원 추첨 등을 거쳐 회의를 소집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김 여사 수심위의 경우 이 총장이 지난달 23일 직권 소집한 지 2주만에 열렸다. 이 총장은 9일 오전 출근길에서 김 여사 수심위가 불기소 권고한 것과 관련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며 임기 내 종결 방침을 시사했지만 부의위가 최 목사 사건 수심위 부의를 결정한 이후에는 “내부 검토를 거친 후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건은 피의자도 다르고 구성요건도 다르기 때문에 별개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도 “두 사건이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만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건 처리 방향과 처분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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