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향상 ②골절 통합관리

골절환자 43만명…통합관리 안돼 기능저하·장애 방치

2024-09-10 13:00:01 게재

급성-회복-유지기 의료·돌봄지원체계 시급 … “사망률 낮추고 재골절 예방 효과 커”

골절환자가 2022년 기준 43만명으로 연평균 7.8%씩 늘고 있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넘어짐이나 가벼운 외상에도 골절이 발생하는 취약 환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취약 골절’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다. 관절 뼈 근육이 약한 노년층에서 흔히 생긴다. 제대로 치료 관리하지 않으면 조기 사망, 합병증 발생 그리고 외출 등 일상생활에 지대한 제한이 생긴다. 때문에 환자의 의료 돌봄 요구도가 높은 중증질환이다. 따라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골절관리를 효율적으로 갖추는 것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수준을 높이는 주요 과제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다학제적 통합관리에 대한 제도적 지원체계가 미흡하다. 임상 현장에서 노인 골절 환자들의 포괄적인 치료 재활 지역연계 이차골절 예방을 위한 의료와 돌봄체계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의료-돌봄 현장에서는 취약 골절 관리를 위해 급성-회복-유지기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고 시기와 중증도에 따른 다학제가 연계된 의료·돌봄통합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의료·돌봄 전문가들의 정책 대안 제시를 공유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취약골절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취약골절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적절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더욱이 정부가 추진하려는 중증질환 필수의료 강화 계획에도 없다. 이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한 생활을 위협하는 취약골절을 체계적으로 갖춰나가자는 목소리가 확산된다.

차용한 을지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취약골절 환자의 의료·돌봄의 통합적 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 공청회’에서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취약골절환자에게 다학제적 골절예방서비스(FLS)를 제공하면 사망률을 낮추고 합병증과 재골절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며 “비용절감과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있어 우리나라에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영 서울의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취약골절 통합적 관리프로그램은 취약골절환자의 기능장애와 사망률을 낮춰 효과적이면서 필수적인 방법”이라며 “하지만 현재 국내 의료체계에서는 적용할 수 없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급증할 취약골절환자 통합관리 준비 = 차 교수에 따르면 취약골절은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다. 60대 이전에는 손목, 60대70대는 척추 그리고 80대 이후에는 고관절 골절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연령에 따라 해면골과 피질골의 골 소실에 의한 차이 때문이다.

취약골절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기저질환과 관련이 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15~17%의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기능회복은 11~57%정도로 낮다. 건강상태가 나빠져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항우울제 수면제 복용이 늘고 만성통증으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도 증가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골절 발생 후 1년간 약 1000만의 의료비용을 쓴다.

차 교수는 ‘2050년 경 전세계 취약골절의 약 50%가 아시아지역에 발생하고 합병증으로 젊은이들에게 의존하는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취약골절 쓰나미를 대비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국내 대응을 촉구했다. △발생한 (고관절)골절의 적절한 치료와 다학제적 접근 △수술 후 재골절의 예방과 다학제적 접근이 제시된다.

일본의 경우 2022년 4월 다학제적 골절예방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75세 이상 고관절 골절 환자 △골절 후 48시간 내 수술 △다학제적 진료 △국가 데이터베이스 등록하면 추가 건강보험 수가가 지급된다.

이로써 코디네이터를 고용한 다학제적 골절예방서비스가 급격히 증가했고 고관절 골절 환자 건강관리가 잘 될뿐만아니라 자연스럽게 국가골절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돼 향후 서비스 발전을 위한 분석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게 됐다.

국내외 ‘다학제적 골절예방서비스’의 효과성 연구는 많이 나와 있다. 해외 연구사례로는 입원기간 1.5일 감소, 입원 내 사망 28% 감소, 1년 내 사망 14% 감소, 6만6879달러 절감, 1년 기대수명 37.4QALY(질보정 수명)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

대전을지대병원에서 의료진이 골절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대전을지대병원 제공

2023년 7월부터 진행한 대전을지대병원의 ‘다학제적 골절예방서비스’를 보면 환자가 입원한 후 △코디네이터 연락 및 전자의무기록 확인 △수술(1~2일 이내) △환자 보호자에게 코디네이터 서비스 설명 △재활운동에 사용할 세라(탄성)밴드와 폐활량측정기 구입 여부, 영양 상담 확인 △매일 아침 골절 재활운동 교육 및 확인 △골다공증교육 프로그램(골대사학회) 시청 권장 △영양교육 및 관리 △퇴원 전 설문조사 시행 및 재활 및 요양병원 안내 △외래 내원 날짜 및 골다공증에 대한 치료계획 확인 △퇴원 후 유선 통해 지속적으로 운동 및 영양교육 안내, 질문에 대한 답변 등으로 진행된다.

이 서비스를 받은 환자 113명에 대한 분석 결과, 입원 사망이 대조군 4.4%에 비해 1.8%, 6주 내 사망이 5.3% 대 1.8%, 3개월 사망은 8.2% 대 3.5%, 6개월 11.6%대 5.3%로 매우 감소했다.

◆지원체계 없어 병의원에서 기피 환자 돼 = 취약 골절 치료과 관리에 대한 국제적 노력이 확산됐다. 임 교수에 따르면 ‘범세계적 행동 촉구’에서 개선할 시급한 요구로 ‘고관절 척추 기타 골절을 앓는 환자를 위한 급성기 다학제적 관리’ ‘미래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노인뿐만 아니라 청장년을 포함한 모든 취약골절의 첫 골절 발생 시 신속한 2차 예방’ ‘골절에 의해 기능적 장애가 생긴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급성기 후 관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취약골절 관리는 아직 미흡하다. 제도적 지원체계가 없다. 취약 골절 후 단순 재활치료만 보험급여가 인정된다. 다학제 치료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취약골절 환자는 병의원에서 기피환자가 된다. 그리고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노인의학 분야의 전문가간 협의진료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취약골절 후 관리와 이차골절 예방을 위한 전담인력(코디네이터)가 없다. 환자와 가족은 골절 후 관리와 이차골절 예방의 중요성으로 모른다.

임 교수는 취약골절 통합적 관리를 위한 ‘노인골절 통합재활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킬 것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골절환자의 사망률과 재골절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급성기 집중 치료 후 지역연계를 통한 회복기 유지기 관리와 이차골절 예방의료가 가능한 의료전달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한 취약골절관리 건강보험 급여화와 돌봄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을지대병원에서 의료진이 골절환자에게 관절재활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전을지대병원 제공

◆입원-퇴원 시기 맞춤형 코디네이터 필수 = 취약골절 환자의 통합관리를 위한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코디네이터는 주로 간호사가 맡고 있다.

박명숙 건국대 의료생명대 교수에 따르면 취약골절 환자의 통합관리서비스 제공에서 코디네이터는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병동간호팀과 의사소통 △타과의뢰 접수와 평가진행 확인 △공통서식 작성 △입원 퇴원 시 교육 △다학제간 협조를 통해 전반적인 치료계획 관리 △외래 또는 타기관 전원관리 △약물투약 식이 운동 순응도 확인 등을 맡는다.

환자와 가족들은 퇴원 후 회복관리에 대한 궁금한게 많다. 통증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그 통증 조절 방법, 재활이 잘되고 있는지,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양 및 음식 관리, 요양등급과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도 코디네이터의 일이다.

박 교수는 “입원 중인 골절환자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퇴원 후 재활을 잘 할 수 있는 곳을 소개주거나 집에서 골절회복관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며 “취약골절관리에 필요한 코디네이터 양성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학제 의료전문가 협력과 정책 강화해야 = 취약골절환자에게 적절한 통합적 관리 제공을 위해 백기현 가톨릭의대 내분비학 교수는 “재골절 예방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약물 치료조차 지금 등한시되고 있다”며 “골절이 있으면 당연히 보험으로 치료를 할 수 있긴 한데 재골절 예방을 위한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현 건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암환자에게는 다학제진료가 권장되고 습관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결과도 좋다”며 “골절치료와 관리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0년도에서 2040년 예측했을 때 골다공증 진단이나 치료율을 1.5%만 올려도 연 6000억 정도 지출이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소개했다.

조기영 서울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취약 골절 포괄적인 관리에 코디네이터를 도입하려면 비용 대비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경험이 필요하다”며 “코디네이터 활동으로 환자 사망률이 줄고 삶의 질에도 좋은 영향을 주니 병원 수익에도 도움이 되는 수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노인돌봄시설에서 골절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성희 한국치매가족협회 회장에 따르면 고령노인은 골다공증과 근력 균형 감각 저하로 잘 넘어진다. 입소 어르신의 경우 대부분 치매환자이고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다양한 약물을 복용해 어지럼증을 유발해 낙상의 빈도가 매우 높다. 촉탁의가 2주에 한번 오는 관계로 의료기관의 연계가 어렵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 골절로 응급실로 연락하기 어렵다. 사고 발생 후 열흘이 지나면 장기요양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이 회장은 “시설 골절은 무엇 때문에 생기는지 사고 시 대응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는 국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골절통합관리와 관련된 보건복지부 사업이 있다. 급성기 치료 이후 적절한 재활치료와 사회적 통합지원을 하고자 2017년부터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골반이나 고관절 대퇴골 골절환자도 대상이다. △적정 입원기간 확보 △재활기능 종합 평가 및 치료계획 수립 △퇴원 후 돌봄서비스 연계 지원 △별도 수가 지급 등이 마련돼 있다. 다만 재활의료기관 53곳에 한정돼 있다.

배홍철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시범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탄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고 이번 논의서 나온 내용을 잘 반영해 관련 사업을 본격화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기술적으로는 인정받지만 통합적 관리가 체계적으로 돼 있지 않아 의료수준 평가에서 좋게 받을 수가 없다”며 “의료전문가들의 협력과 연계 작업에 기초해 골절환자 생명 보호와 건강증진을 위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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