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또다른 미래

“새로운 생물다양성 정보 플랫폼으로 신시장 창출”

2024-09-09 13:00:01 게재

정책 수립 때마다 자료 생성할 필요 없어

탄소흡수원 습지가 국가 통계에는 배출원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도 달라지고 있다. 종 상호 작용이 생태계를 넘어 경제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인류 복지와 연계할 수 있는 실증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실제로 박쥐 개체 수 감소가 농작 수익 감소는 물론 유아 사망률 증가에 대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의 논문 ‘생태계 교란의 경제적 영향’). 자연의 변화를 읽어내고 그 흐름을 새롭게 해석해 내는 통찰력이 있다면, 우리에겐 더 큰 미래가 열릴 것이다.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서, 많은 이들이 그 자료들을 토대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플랫폼이 생물다양성 분야에도 생겨나는 거지요. 앞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이와 관련한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6일 김충기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 미래를 그리다’ 공개 토론회에서 ‘정보 맞춤 제작’을 강조했다. 각 분야 별로 생산된 방대한 생물다양성 자료들이 제대로 활용되도록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최근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조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어요. 문제는 이미 조류 다양성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축적되어 있었지만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연구를 해야만 했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플랫폼 구축이 필요합니다.”

한 예로 하구 연안(담수와 해수가 혼합돼 형성되는 지역, 기수역)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의 조류 다양성 관련 자료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은 뒤 각 영역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활용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환경부가 하구 연안의 습지보호지역 보전계획을 세울 때 플랫폼에 있는 해당 자료들을 참고해 관련 정책을 만든다면, 질병관리청 역시 해당 플랫폼의 자료를 활용해 조류인플루엔자(AI) 관리나 신규 질병 유입 관련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바닷새 이동을 고려하여 공항 입지를 선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나 국가유산청 등 다른 부처들도 마찬가지로 이용, 시간이나 돈을 들여 추가로 자료 생산을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생물다양성은 ‘변이성’ 파악이 핵심 = 생물다양성 정보 종합 플랫폼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의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국가생물다양성협약(CBD) 제2조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은 육상이나 해양 및 그 밖의 수중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분야의 생물체 간의 변이성이다. 종내는 물론 종간,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 이를 평가하기 위한 방식은 굉장히 다양하다. 주로 종을 중심으로 한 다양성 및 풍부도 등과 같은 평가가 이뤄져 왔다.

최근에는 종의 생활사적 특성과 서식지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계통적 다양성(phylogenetic diversity, PD)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계통적 다양성은 생물의 계통수에서 군집 내 종들의 계통적 거리의 총합(가계도와 유사)으로 정의된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종 다양성 중심 평가 체계만으로 생물다양성을 평가했을 때 실제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기존 공간 기반 생태계 평가 체계의 이점은 살리면서 좀 더 변이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및 평가 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베스트(InVEST) 서식처 질 평가모델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해당 모델의 한계성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사용된 측면이 있다”며 “한 예로 물새를 기반으로 평가를 할 때 물새가 가지 않는 산림 쪽은 상대적으로 낮은 생물다양성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인주 서울연구원 기후변화연구실장은 “계통적 다양성 평가 결과를 종 목록 중심의 연구 결과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종 중심의 평가 체계와 계통적 다양성 평가 체계를 연계된 보완 지표로 발전시키면 활용도가 커지고 영역도 넓어질 거 같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6일 서울대학교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 미래를 그리다’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김아영 기자

◆잘못된 내륙습지 온실가스 산정법 보완 시급 = 이날 공개 토론회에서는 내륙습지의 배출량 산정 방식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명수정 한국환경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습지는 온실가스 흡수원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온실가스 통계 산정 방법 상으로는 배출원이 된다”며 “우리나라 온실가스 통계 산정 지침상 내륙습지는 △구거(용수 또는 배수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와 둑) △유지(저수지 등 배수가 잘되지 않는 토지) △양어장만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통계를 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국토에서 내륙습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적지만 내륙습지는 효과적인 온실가스 흡수원이자 저장고”라며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 시 우리나라 현황을 반영한 내륙습지 온실가스 산정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체계적으로 산정하는 목록이다.

김재근 서울대 교수(습지생태학)는 “생물다양성 증진과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습지다”라며 “상대적으로 면적이 좁기 때문에 습지가 의미가 없다는 얘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육상 최대 탄소저장소로 꼽히는 이탄습지의 핵심은 물이끼라고 할 수 있다. 이탄습지는 죽은 식물들이 미생물 분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쌓여 만들어진 이탄층이 존재하는 습지다. 물이끼류는 육상 최대 탄소저장소인 이탄습지를 구성하는 핵심종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물이끼류의 주요 생육지인 이탄습지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3억7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걸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탄소 저장 등을 말하기 위해서는 정량화된 수치로 나타내야 한다”며 “정부 연구 투자비가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치가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