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근속연수 길수록 회사 신용등급에 긍정적

2025-01-14 13:00:05 게재

“전문성 높은 기업에서 더 영향”

회계학연구, 표본 1431개 분석

종업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길수록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 지원 받는 구직자들 ICT 기술과 인재를 연결하는 ‘부산 ICT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구직자들이 현직자 코칭챗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14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학연구(2024년12월호)에 실린 논문 ‘종업원의 근속연수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고용된 종업원의 평균 재직기간이 길수록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신용등급이 높아지면서 외부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의 근속연수가 긴 기업에서 미래 안정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됨에 따라 채무불이행 위험이 더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이사회의 독립성이 높거나, 감사품질이 높거나, 기관투자자 또는 주요주주의 지분율이 높을 때 신용등급이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신용등급은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인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가 발행하는 등급을 점수화하해 산출됐으며 이 때 세 기관의 신용등급 중 가장 부정적 등급이 기준이 됐다.

하지만 종업원의 영향력이 큰 회사일수록 신용등급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사주지분이 존재하고 임원 대비 종업원의 보상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일수록 근속연수의 긍정적인 영향이 약화됐다.

논문을 작성한 신혜정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유진 세종사이버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업원의 근속연수와 신용등급 간의 관계에서 보상정책으로 측정된 종업원의 높은 영향력에 대해 신용평가기관이 부정적으로 평가해 기업의 자본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사주지분율이 5% 이상인지 여부와 임원 보상 대비 종업원 보상의 비중이 중간값 이상인지 여부에 따른 추가 분석도 실시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사주지분율이 5% 이상 존재하거나 종업원과 임원 간 임금격차가 작을 때 신용등급이 하향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신 교수 등은 “종업원의 전문성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종업원의 협상력이 클수록 감소하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산업특성에 따른 분석도 이뤄졌다. 전통적인 굴뚝산업과 달리 정보통신 등의 첨단기술 산업에서는 기업성과 결정에 있어 종업원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첨단기술 산업 표본에서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신용등급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그 외의 산업 표본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첨단기술 산업 표본에서는 종업원의 영향력(우리사주지분이 있고 임원과의 보상 격차가 적은 경우)이 근속연수가 길수록 신용등급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약화시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교수 등은 “종업원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상황에서 종업원의 영향력이 크다면 채권시장에서의 평가가 더 부정적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반면, 종업원의 높은 숙련도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업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2012부터 2019년까지 국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회사채 신용등급과 종업원 특성 정보에 관한 자료의 수집이 가능한 기업으로 한정한 1431개 표본을 통해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ESG 개념에서 강조하고 있는 주요한 내부 이해관계자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대부분 경영진, 대주주 등을 분석했지만 신용등급의 결정요인을 종업원 측면에서 검증함으로써 자본시장과 연계된 회계학의 연구범위를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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