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 불균형’ 문제 부상…‘내수 약화’ 우려 커져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외국에선 중국산 수입 제한
국내에선 수출 중심 지원에 내수 소비 동력 잃어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인해 내수 동력이 떨어진 중국에서 수출이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 당장은 무역 흑자를 거두고 있지만 갈수록 보호 무역주의가 심화되고 내수 소비 능력이 약화되고 있어 ‘무역 불균형’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12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미온적인 국내 소비 속에서 수출은 다시 한번 중국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으로 떠올랐다”면서도 “수출 급증은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상품 및 서비스 순수출은 중국 경제 성장에 13.9%를 기여해 GDP를 0.7%p 끌어올렸다.
이는 2023년에 -11.4% 기여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수출 호황으로 올해 6월 중국의 무역 흑자는 99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많은 국가에서 중국 제품 유입이 자국내 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2023년 하반기부터 유럽과 미국은 중국의 수출을 제한하기 위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으며 2024년 초부터 브라질, 캐나다, 인도, 터키, 멕시코 등 더 많은 국가들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세계화가 자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중국과 미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무역 보호주의 기류는 최근 몇년 새 더욱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급망 회복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WTO 회원국이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올해 크게 증가해 전 세계 총 수입의 9.7%에 해당하는 2조3000억달러 상당의 수입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관세를 넘어 민감한 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 및 수출 금지 등 무역 제한조치의 주요 대상 국가가 됐다. WTO는 중국이 가장 많이 생산하는 △신에너지 자동차 △리튬 배터리 △태양 전지가 주요 타깃이 됐다고 밝혔다.
황이핑 베이징대 국가개발대학원 원장은 “현재 중국은 약 170개 국가와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상품 무역 흑자는 2015년 사상 최고치인 5670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1년에는 6366억달러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고, 2022년에는 8379억달러로 급증했다. 2023년에는 소폭 감소했지만 2024년 7월에 이미 5180억달러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 무역 적자는 매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탄탄한 제조 능력과 공급망 회복력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소비를 희생하고 투자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내수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정부는 상당한 세금, 토지 및 보조금 인센티브로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제조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과잉 생산과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졌고, 기업들은 수출을 통해 과잉 생산을 소화해야 했다.
연속 무역 흑자는 국내 생산이 꾸준히 수요를 앞지르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등의 요인으로 인해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수출에 더욱 집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국내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사회과학원(CASS) 세계경제정치연구소의 장빈 부소장은 국내 수요를 확대하면 수입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수익성 있는 개발을 지원하는 경우 선도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만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조적인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에센스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오산원은 교육, 의료, 사회 보장과 같은 중요한 분야에 대한 장기간의 투자 부족(특히 이주 노동자와 농촌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이 국내 소비를 크게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 3중전회에서 나온 주요 개혁안을 보면 공공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고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줄일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에 대해 가오는 이러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된다면 중국의 소비를 크게 증가시키고 무역 불균형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자에서 소비로 정책 초점을 옮겨 소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