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정부부채, 12경5300조원…총 GDP 98% 넘어
전년 대비 5.8% 증가,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지난해 미국 2.9조달러, 중국 1.4조달러 늘어
“올해 70개국 선거의 해, 재정확충정책 남발”
전세계 정부부채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전세계 총생산량(GDP)과 맞먹는 규모이다. 증가속도는 경제성장률을 웃돈다. 올해도 여러나라에서 선거가 있어 재정확충정책이 남발되면서 부채 증가속도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올해 3월 말 기준 각국 정부의 부채 총액은 9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로 환산하면 12경5309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IIF는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올해 전세계 70개 국가 이상에서 선거가 있어 많은 나라가 재정을 확장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국채 이자비용도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정부부채 비중은 GDP 총액의 98.1%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95.9%)에 비해 2.2%p 늘었다. 부채 증가속도가 경제성장률을 웃돈다는 의미다. 이러한 속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크게 늘리면서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증가율보다 0.9%p 높다.
미국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년간 2조9000억달러(약 3974조4500억원) 증가해 전년보다 9.5% 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4월에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2300만명에 달하는 학자금대출에 대해 각종 구제책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등의 지원에 필요한 예산도 부채를 통해 조달했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2024회계연도(2023년10월~2024년9월) 재정적자를 1조9000억달러로 전망하면서 기존보다 1.3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정부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자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연간 5000억달러 수준이던 이자비용은 지난해 4분기에 연 환산 1조달러(약 1370조원)를 넘어섰다. 미국이 정부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으로만 우리나라 명목GDP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는 셈이다.
유로권 채무도 빠르게 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선거에서 재정확충파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프랑스 싱크탱크 ‘몬테뉴연구소’에 따르면, 의회내 최대 세력인 좌파연합이 내건 정책은 연금개혁 후퇴와 생활필수품 등의 가격을 억제하는 정책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1790억유로(약 268조2000억원)의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역내 7개 국가의 재정적자가 지나치게 과도하기 때문에 재정규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중국도 중앙 및 지방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IIF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1년간 정부 부채가 1조4000억달러 늘어 전년보다 10.3%증가했다. 부채의 증가 규모는 미국보다 작지만, 증가율은 미국을 넘어섰다. 중국 당국도 중앙과 지방정부의 부채잔액이 위안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6%나 증가한 70조위안(약 1경3365조원)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6월까지 세수가 6% 감소해 재정악화는 더 가중될 전망이다.
일본은 정부부채가 달러 기준 1조달러 가량 줄어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저로 인해 달러표시 금액이 줄어든 영향”이라며 “일본의 재정적자는 계속되고 있고, 엔화표시 부채 규모는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 정부부채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선거가 있는 국가가 많아 재정적자 폭이 예년에 비해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지금까지 168개 국가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선거가 있는 해는 재정적자가 당초 추정에 비해 0.4%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 재정담당 관계자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위해 정권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서 “재정악화는 선거가 끝나고도 계속되기 쉽다”고 했다.
IMF는 각국 정당의 공약을 분석하는 ‘매니페스토 프로젝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권자 스스로가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1960~90년대는 선진국 정당의 10% 정도가 재정확장적 공약을 내세웠지만, 2020년은 20%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성장은 둔화하고, 사회보장성 지출은 늘어나면서 재정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한편 정부부채의 증가는 국채 남발을 불러와 금리가 상승하고, 정부의 부담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정적자를 관리해 부채를 경제규모의 일정 한도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세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정치적 역량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