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없이 기업가치 제고 안돼…기후공시 시급"

2024-08-21 13:00:25 게재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자본시장 안정·발전에 핵심

주요국 중앙은행, 기후 넘어 생물다양성 논의 중

투자자들과 학계,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가능성 의무공시는 자본시장의 안정과 발전에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충실하게 제공돼야 기업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후공시는 시급한 상황이다.

20일 한국회계기준원은 금융투자센터 불스홀에서 ’자본시장 가치제고를 위한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회계기준원 제공

한국회계기준원이 20일 개최한 ‘자본시장 가치 제고를 위한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토론회’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자본시장 가치를 높이려면 글로벌 기준에 상응하는 ESG 공시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한국은행, 한국회계학회, 유엔 환경 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와 공동으로 투자자 등 정보이용자의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정보의 유용성과 의무공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기준위원회(KSSB)는 이달 말까지 의견 수렴을 진행한 뒤 올해 하반기 최종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최종원 NH아문디자산운용 채권리서치실장은 주제발표에서 여러 기업의 공시사례를 들며 기업과 투자자 각각의 입장에서의 공시 필요성을 설명했다. 최 실장은 “지속가능성 요소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대응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며 “현대 기업들이 단기적인 공시 및 관리비용만을 고려해 공시를 미루고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 관리로 회피할 수 있는 피해손실 규모를 고려하면 사전에 위험을 측정 및 관리하는 것이 기업에게 더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자산보유자들은 책임투자를 위해 투자자산의 ESG관련 정보를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나 수익자들의 ESG공시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연기금의 ESG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약 53% 증가한 589조원에 달한다.

탄소 고배출 기업에 저탄소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 실장은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해 호주,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의 국가들도 기후 관련 기준부터 시작해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은 단기적으로 기후공시부터 시작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자연자본이나 인권 등 다른 ESG 중요 이슈에 대해서도 사전에 철저히 파악하고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서도 자본시장 내 정보이용자에게 지속가능성 관련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의무공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전 세계 은행과 보험사 등 500여 곳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UNEP FI 한국 대표인 임대웅 자문관은 “유엔(UN)과 UNEP FI 회원사들은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기업 경영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으며 택소노미와 기후 관련 기업의 공시 정보(정량적 정보, 위험 대응 방안 등)가 투자의사결정에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기후 관련 정보 공시를 통해 자금조달과 기업가치 제고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오승재 부대표는 “지속가능성 정보가 투자성과에 영향을 미치며, 다수가 이 정보를 활용할수록 그 유용성이 향상될 것”이라며 “지속가능성 정보의 의무공시가 ESG 생태계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국내 자본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SG 의무공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승호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실장은 “중앙은행들의 기후 리스크 연구 협의체인 NGFS 총회에 갔는데, 이미 기후를 넘어 생물과 광물 등 내추럴(Natural·자연) 관련 논의를 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약간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이배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는 “밸류업과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모두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밸류업 공시와 지속가능성 공시의 조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확정 및 의무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는 “통일된 공시기준과 인증 의무화가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킨다”며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가치제고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 책임실장은 “책임투자활동에 있어, 현재는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폭넓게 사용 중이나,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 안전사고 관련 정보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며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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