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조치 연장했지만 물가 불확실성 더 커졌다
국제유가 하락 흐름이지만 중동정세 향방 따라 변동성 커져
장마·폭염에 배추 한포기 1주일 전보다 16.4% 오른 6890원
정부, 이달 말 추석 민생안정대책 발표 … 물가 잡기 총력전
물가 상승 흐름이 심상치 않다. 하반기 이후 2% 초중반대로 꺾일 것으로 봤던 정부의 물가전망도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이달 말 종료예정이던 유류세 인하조치를 다시 2개월 연장한 내막이기도 하다.
실제 최근 물가를 끌어올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흐름이다. 당장 중동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모처럼 안정세를 찾아가던 국내 기름값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다. 집중호우에 이은 폭염으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태풍 피해까지 덮치면 상승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유류세 인하 연장했지만 = 2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탄력세율 한시적 인하 조치를 10월31일까지 2개월 추가 연장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중동지역 긴장 재고조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유류세 인하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스라엘이 최근 미국의 휴전협상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24달러(1.69%) 하락한 71.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1.15달러(1.49%) 하락한 배럴당 76.0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달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되면서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높아져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하다.
정부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는 국제유가에 선제 대응해 10월까지 현행 유류세 인하율인 휘발유 -20%,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30%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역대급 더위에 채소류 급등세 =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역대급 폭염으로 배추와 무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세란 점도 장바구니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8월 3주(16~21일) 기준 배추 상(上)품 한 포기 소매가격은 6890원으로 전주보다 16.4% 상승했다. 한 포기에 700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전년보다는 18.3%, 평년보다는 59.6% 올랐다.
같은 기간 무 상품 1개 소매가는 전주보다 13.1% 오른 3387원이다. 전년보다는 17.6% 상승했고, 평년보다는 65.8% 올랐다. 적상추 상품 100g 소매가격은 2025원으로 전주(2203원)보다 소폭 내렸다. 전년과 평년 대비로는 각각 7.3%, 76.0% 높은 수준이다.
◆민생안정대책 준비하는 정부 = 추석을 앞두고 본격 출하 전인 후지 사과 가격은 전주 대비 올랐다. 후지 사과 상품 10개 소매가격은 3만1784원으로 전주보다 11.7% 상승했다. 평년보다는 23.5% 상승했다.
지난달부터 출하가 시작된 조생종 쓰가루(아오리)는 전주보다 하락했다. 쓰가루 사과 상품 10개 소매가격은 2만1401원으로 전주보다 1.7% 하락했다. 전년과 평년 대비로는 각각 5.7%, 3.7% 떨어졌다.
배 가격은 전주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년과 평년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이다. 원황 배 상품 10개 소매가격은 3만4322원으로 전주보다 17.1% 하락했다. 1년 전보다는 31.1%, 평년보다는 15.3% 높다.
폭염에 가축들이 집단폐사하는 등 축산물 가격도 불안하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 6월 1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가축이 99만7000마리 폐사했다. 이 중 닭, 오리 등 가금류는 93만7000마리, 돼지는 6만 마리다. 닭과 돼지의 경우 땀샘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더위에 더 취약하다. 폭염에 양식 어류도 567만2000마리 폐사했다.
이때문에 축산물 물가도 폭염 전보다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육계 1kg당 소매 가격은 6089원으로, 폭염 전인 5월 20일 평균 소매 가격(5969원)보다 2%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 1kg 소비자가격도 7% 올랐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가축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소폭 반등했던 물가가 이달부터는 2% 초중반대 흐름으로 둔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이달 말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