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수부진 장기화에 성장률 전망치 2.4%로 하향

2024-08-22 13:00:15 게재

올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도 2.5%로 낮춰

기준금리, 물가·환율 안정세 불구 또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는 물가 오름세 둔화와 환율 안정세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폭증세로 인한 금융안정성 우려로 또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은 22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올해 경제전망보고서를 채택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실질GDP 전망치를 지난 5월(2.5%)보다 0.1%p 낮은 2.4%로 하향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속보치)이 1분기에 비해 마이너스 0.2% 후퇴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이 전망한 성장률은 정부(2.6%)와 경제협력개발기구(2.6%)는 물론이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5%)보다도 낮다.

한은은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2.5%로 0.1%p 하향 조정했다.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 수준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최근 농산물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국제유가도 우려했던 것보다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물가 전망치를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돌발 변수가 없으면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지속돼 올해 하반기 월평균 2.4%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회의가 열리는 10월(11일)에는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통화정책 결정의 가장 큰 변수인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6% 상승했지만, 한은은 하반기 2.4% 수준으로 다시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물가 오름세가 2.4% 수준까지 둔화하면 통화정책방향을 전환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 1300원대 후반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330원대까지 하락했다. 미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강달러 흐름이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를 거들고 있다.

따라서 한은 통화정책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인 물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10월 통화정책방향 전환 여지는 더 커졌다는 관측이다. 다만 기준금리 운용의 다른 한 축인 금융안정성이 여전히 불안하다. 최근 주담대 순증액이 매달 5조원씩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자설명회에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융통화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이 최근 주담대 등 가계대출 증가세에 우려가 크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편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역대 가장 긴 기간 동결을 유지하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역대 기준금리 동결이 가장 길었던 때는 2016년 6월 9일부터 이듬해 11월 30일까지 1년 5개월 21일이었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1.25% 수준이었다. 이날 동결로 이 기록은 10월까지 이어져 최소 1년 10개월 가까이 이어질 전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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