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성장률 둔화 우려에 주가 급락
슈퍼마이크로컴퓨터, 회계부정 가능성 부각 19% ↓
반도체 투자심리 악화에 코스피, 2650선으로 후퇴
엔비디아가 지난 2분기(5~7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률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가 연간 사업보고서(10-K) 제출 기한을 연기하면서 회계부정 가능성이 부각되자 반도체 업종 전반의 매도세는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반도체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코스피는 2650선으로 후퇴했다.
◆전년대비 122% 매출 급증 =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뉴욕 증시 정규장 마감 후 지난 2분기 300억4000만달러(40조1785억원)의 매출과 0.68달러(909원)의 주당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8~10월) 매출은 3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3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년 전보다는 매출이 122% 급증했다. 엔비디아는 이어 3분기(8~10월) 매출은 3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역시 월가 전망치 317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2분기 매출 총이익율은 75.7%로 시장 예상치 75.5%보다 약간 높았다. 3분기 매출 총이익률은 75%로 시장 전망치 75.5%보다 낮았다.
AI 칩을 포함하는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사업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한 263억달러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 252억4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로,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게임 부문 매출은 16% 늘어난 29억달러로 예상치 27억달러보다 많았다.
엔비디아는 기존 AI 칩인 호퍼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며 새로운 AI 칩 블랙웰을 4분기(1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4분기에는 블랙웰 매출 규모가 수십억달러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호퍼 칩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며 블랙웰에 대한 기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와 함께 5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시간외 주가 7% 급락 = 하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장에서 2% 이상 내린 데 이어 시간외 거래에서 7% 가까이 급락했다. 2분기 실적과 3분기 실적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이전보다 상회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블랙웰이 걸림돌”이라며 “엔비디아가 공개한 3분기 매출 전망은 최상단 예상치에 못 미쳤고 폭발적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 또한 “최신제품(블랙웰)의 복잡성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 총이익률(gross margin)이 2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하락했다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매출이 미래의 매출을 앞당겨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AI 수혜주’ 슈퍼마이크로 연차보고서 지연 = 한편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0%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12% 내려 하락폭이 더 컸다.
이날 반도체 업종 전반의 매도세는 최근 인공지능(AI) 붐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폭등했던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가 연간 사업보고서(10-K) 제출 기한을 연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일 공매도 전문 기관인 힌덴부르그 리서치가 ‘회계 조작’을 제기한 이후의 결정이라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전날 슈퍼마이크로에 대한 3개월간 조사를 거쳐 “확연한 회계상의 경고신호, 관계 당사자의 미공개 거래 증거, 제재 및 수출통제 실패, 소비자 이슈 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힌덴버그는 “SEC 조사 결과 광범위한 회계 위반사항이 적발돼 2020년 8월 1천750만 달러의 벌금을 냈지만 이후 사업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고 문제에 연루됐던 고위 임원도 이후 재입사했다”고 지적했다.
슈퍼마이크로는 2024 회계연도(~6월30일) 연차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상당한 노력이 들 것”이라며 “경영진이 재무 보고에 대한 내부통제 설계 및 운영 효과에 대한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용 서버 제조사로 엔비디아의 고객인 슈퍼마이크로는 미 증시 AI 랠리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혀왔다. 2018년 말 13.80달러였던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지난 3월에는 122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7일 실적 발표 때에는 1대 10의 주식 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코스피·코스닥도 하락세 = 엔비디아 실망 매물로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피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냈음에도 주가가 급락하자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2.65포인트(1.21%) 내린 2657.18로 출발해 오전 9시 2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33.20포인트(1.23%) 내린 2656.63에서 등락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681억원, 기관은 551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개인은 2405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5.67포인트(0.74%) 내린 756.83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64억원, 14억원을 순매도 중이고 개인은 533억원 순매수 중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원 오른 1,338.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엔비디아와 연결된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SK하이닉스(-6.25%), 삼성전자(-3.27%), 한미반도체(-7.90%) 등 대형 반도체주의 낙폭이 크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