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시작됐는데…내년 의대 증원 쟁점화

2024-09-12 13:00:06 게재

한동훈·민주 “제한 없이 논의”…안철수 “유예”

정부 “조정 불가능” “수험생·학부모들 대혼란”

2025년 의대 입학을 위한 수시모집이 지난 9일 시작된 가운데 일부 정치권에서 내년 의대 증원을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이하 협의체)에 의료계를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도 우려된다.

내년 대입 수시모집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이뤄진다. 전국 의대들은 늘어난 정원대로 모집에 나섰다. 내년 수능에 지원한 재수·삼수생 등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의대 정원이 1497명 급증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뒷줄 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허석곤 소방청장.

의대 입시가 이미 출발한 가운데 일부 정치권에서 내년 의대 증원을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의료계가 2025년·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걸자, “2025년 증원도 논의하자”는 절충안으로 의료계에 구애하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의료계의 2025년 의대 증원 조정 요구에 대해 “논의하면 되는 문제다. 의제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협의체에 들어와 내년 의대 증원 문제도 논의해보자는 얘기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11일 “2025년도 정원 조정 문제에 제한을 두는 건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제한 없이 논의돼야 한다”며 한 대표 손을 들어줬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내년 의대 증원을 아예 유예하자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의대 증원이 유예되면 수험생의 혼란과 피해가 클 것”이라며 “그러나 2025년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면, 입학을 한다 해도 정상적인 의대 교육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을 손대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내년 의대 증원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장 수석은 “수능 원서접수도 지난주에 끝났고, 52만명이 보게 돼 있다. 9일부터는 수시모집에 들어가 있다”며 “입시 단계에 넘어온 이 사안을 다시 되돌리거나 조정을 하라는 것은 사실 현장에 있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안”이라고 말했다. 입시가 이미 시작된 만큼 지금 와서 의대 증원을 조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도 이날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2025년 의대 정원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9일부터 수시 원서 접수를 시작해서 2025년 정원을 조정하면 정부 정책의 신뢰가 저하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내일신문 통화에서 “지금 와서 (내년 의대 증원을) 다시 조정한다면 (민심의) 역풍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여당 투톱인 추경호 원내대표도 11일 “(내년 의대 증원)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수시 접수가 시작돼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대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내년 의대 증원을 놓고 정치권과 정부가 엇갈린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만의 하나 협의체를 통해 내년 의대 증원에 손대기로 합의한다면 이미 접수를 마친 수시모집이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년 의대 증원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안 의원 주장대로 ‘부실 교육’이 우려되기도 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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