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도 속는 정교한 사기범죄 기승
상반기 보이스피싱 등 월 600억원 피해 … 경찰, 관심 끄는 메시지에 ‘일단 멈춤’ 당부
#. 20대 A씨는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면 모바일상품권을 드려요”라는 메시지에 속아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했다. 사기범들은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후기를 작성하면 구매비용과 비용의 포인트를 10~15%를 환급해준다”고 유혹했다.
사기범들에게 속아 넘어간 A씨는 가짜 쇼핑몰에 가입했지만 결국 돈만 날렸다.
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월평균 600억원 안팎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이스피싱 피해는 총 1만1734건, 피해액은 3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1676건, 558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는 올해 1~8월 기준 총 6143건, 5340억원으로 파악됐다. 월평균 피해 규모와 피해 액수는 768건, 668억원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연애빙자사기(로맨스스캠)도 올해 들어 8월까지 총 920건, 545억원(월평균 131건·78억원)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국수본 관계자는 “사기범들이 민·관·경이 마련한 대응책들을 회피해 국민에게 도달하는 범행 시도가 늘어나면서 금융사기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사기는 수법이 매우 정교해서 ‘사기범죄의 유형’을 모르면 성별·연령대·직업과 상관없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경찰관이 피해자인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범죄의 여러 유형을 숙지하고, 추석 등 명절 때 가족·친지와 이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경찰은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모든 사기는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미끼문자를 발송하고, 미끼문자에 현혹된 사람을 속여 금전·자산을 편취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수본 관계자는 “유형은 다양하지만 사기범이 접근한 후 피해자를 속여 금전을 편취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비슷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으므로 이를 평소에 숙지해두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리딩방 사기는 △투자전문가·연예인·운동선수·은행·증권사 등 사칭해 SNS에 투자 광고 △SNS 오픈채팅방에 있는 수백명이 수익인증 감사 인사(사실은 가짜 ID를 매크로로 복사·붙여넣기) △피해자가 소액을 입금해 수익을 내고 출금할 수 있게 한 뒤 더 큰 금액이 입금되면 편취하는 수법을 쓴다.
실제로 코인사기 피해자인 20대 여성 B씨는 블로그를 통해 집단소송을 도와주겠다는 ‘자칭’ 전문가를 알게 됐다. B씨는 ‘보상 확약서’를 받게 해준 전문가를 믿게 됐고, 이후 그로부터 “한 법인이 상장이 확정됐고, 특약사항으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며 비상장주식 매수를 권유받았다. 결국 B씨는 총 1만8000주의 주식을 매수했다. 그러나 범인은 거래 당일 “교통사고가 나서 거래를 취소하겠다”는 변명을 하다 결국 연락을 두절했다. B씨는 총 5억4000만원을 잃었다.
국수본 관계자는 “투자의 사전적 의미는 이익을 얻기 위해 손실 위험성을 감수하고 일 또는 사업에 자본을 대는 것으로 ‘원금을 보장하면서, 고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원금보장·고수익’이란 달콤한 용어를 쓰지만,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단은 없고 다른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당을 주는 ‘돌려막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안전하게 투자하려면 검증된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로맨스스캠의 유형은 △ 파병 여군·유학생·글로벌 기업 재직 한국계 외국인 등이라며 SNS에 가짜 프로필을 게시한 후 연락을 유도하거나 메시지를 보내 접근 △가짜인 외국은행·택배사·증권사 앱 화면을 보여주며 도움 유도 △외국 관세청 직원·항공사 직원 등을 사칭해 통관비·등급 업그레이드 비용 등의 명목으로 계좌이체 시켜 금전을 편취하는 식이다.
실제로 40대 남성 C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리아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 D씨를 알게 됐다. C씨는 직접 만난 적 없는 그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그는 C씨에게 “일이 끝나면 한국에서 같이 살자”며 “미리 이삿짐을 보낼 테니 택배비를 대신 지불해 달라”고 했다. C씨는 이에 속아 총 1억4000만원을 편취당했다.
경찰청은 “제3자로부터 관심을 끄는 문자나 링크, SNS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일단 멈추고 사기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보는 모든 정보가 조작되고 가장됐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