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가 만든 저성장의 늪…쓸 덴 많고 나올 덴 적다
3년 연속 세수 부족 눈앞…예정처 “2029년 잠재성장률 1%대”
내년 일자리 증가 11만명대, 올해 절반…출산율 0.7 못 벗어나
생산가능인구 급감 … 세금 낼 사람은 줄고 지출 대상은 늘고
세수부족 현상이 심상치 않다. 세수 감소현상이 세수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성장률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출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비해 세수 증가율이 낮거나 아예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세수 부족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전환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11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5~2028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1%를 기록하며 지난해 2.2%보다 0.1%p 하락하고 2028년에 2.0%로 떨어지는 등 성장동력 추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지 않으면서 가용한 요소들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증가율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연평균 5%대에서 2010년대 후반에 2%대 후반으로 추락했고 지난 2019~2023년에는 2.3%까지 주저 않았다.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1%로 전망했다.
실질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추이에 수렴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실질성장률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상고하저’(상반기 2.8%, 하반기 2.0%)로 연 2.4%를 기록하며 지난해 1.4%에 비해 1.0%p 오르겠지만 이후 2025년과 2026년엔 각각 2.2%, 2027년 2.1%, 2028년 2.0% 등 잠재성장률과 함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9년부터는 1%대로 떨어지게 된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명목성장률은 올해 6.2%로 전년 3.3%에 비해 크게 오르겠지만 내년엔 4.2%, 2026년에는 4.1%로 하락하고 2027년과 2028년에는 4.0%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저성장의 고착화가 저출생 고령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는 세수 부족과 세출 증가를 동시에 유발할 전망이다.
◆출산율 올해 반등하지만 =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에 1.0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 2013년에는 0.72까지 빠르게 하락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15-49세)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다. 예산정책처는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0.74로 반등하고 2025년엔 0.76, 2026년과 2027년엔 0.77로 올라가겠지만 이후엔 하락세로 반전할 전망이다. 또 전체 인구는 내년부터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로 접어들면서 15~64세 해당되는 생산가능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인구(65세 이상) 구성비는 올해 19.2%에서 2072년 47.7%로 오르고 같은 기간 생산연령인구 구성비는 70.2%에서 45.8%로 낮아질 전망이다. 인구의 중위연령은 46.1세에서 63.4세로 많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지난해 32만7000명에서 올해는 20만4000명에 줄고 내년엔 11만5000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며 2027년 9만5000명, 2028년 6만7000명까지 내려앉게 될 전망이다.
◆세수부족의 악순환을 끊어라 =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은 세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구멍난 세금 규모가 59조원이었고 올해는 29조원이다. 내년에도 정부가 예상했던 국세 수입규모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수 펑크’ 현상은 정부의 지출규모를 강제적으로 줄여 성장률을 낮추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예산정책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전망의 상당한 하방 위험요인”이라며 “특히 정부가 세수결손의 보전 방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했다. “(세수결손에 대한) 대체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저출산 고령화는 국세 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로 앞뒤에서 정부를 몰아세울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할 인구(유소년·고령인구)인 총부양비는 40.6명이었다. 이러한 총부양비는 6년 뒤인 2030년 50명을 넘어선다. 생산연령인구 2명이 노인과 유소년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줄고 갈수록 건강보험 등 공적보험, 국민연금 등 연금 등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세수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