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서방과 협상위해 러시아 비판”
타스, 페제시키안 발언 보도
‘핵협상 재개’ 분위기 조성용
“우리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승인한 적이 없다. 우리는 각 나라의 국경을 존중해야 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24일 뉴욕에서 외국 기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러시아 타스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또 “이란은 모스크바에 탄도 미사일을 공급하지 않았으며, 취임후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러시아 미사일 지원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타스통신은 “테헤란이 서방과의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의 특수군사작전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타스는 “페제시키안 대통령 발언은 외신과의 만남에서 나온 다른 발언을 고려할 때 서방의 신뢰를 얻기 위한 시도처럼 보인다”며 “이란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의무를 이행하는 한 이란이 핵 합의 준수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 국제문제 전문가 니키타 스마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는 일을 결코 승인한 적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 이란의 입장은 매우 일관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분쟁 책임이 서방에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란 고위 관료 중 누구도 러시아의 행동을 승인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스마킨은 이어 “문제는 페제시키안이 그것(서방과 핵합의)을 달성 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개혁파로 불리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과의 핵합의를 통한 제재완화와 그를 통한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그는 당선 이후 여러 차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의무를 이행할 경우, 이란 핵 합의에 따른 의무로 돌아갈 완전히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슬람 공화국의 군사 교리에는 대량살상무기라는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핵개발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은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거짓 비난을 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에서 가장 철저한 감시를 실시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과 관련해 “그들(이스라엘)은 우리가 가고 싶지 않은 지점까지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다”면서도 “이란은 대규모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헤란을 방문했다 사망한 하마스 정치국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에 대해서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이 같은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언론 이르나(IRNA)에 따르면 뉴욕 방문 3일째인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세계 각국 지도자와 회담을 가졌다. 2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양국회담을 가진데 이어 노르웨이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 불가리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도 각각 회담을 가졌다.
수단 과도주권위원회의 압델 파타 알 부르한 의장, 레바논 나집 미카티 총리와도 각각 만났다. 쿠웨이트의 셰이크 사바 칼리드 알 사바 왕세자와 회담에서는 곧 열릴 페르시아만 협력회의에 참석하도록 초청받았다. 파키스탄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만나 양국의 공동 가스관 프로젝트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