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본법 제정’ 연말 공론화…‘일탈 회계사’ 퇴출
최운열 공인회계사회장, 회계개혁 완성 ‘강한 의지’
강도 높은 내부 자정 추진 … 취임 100일 간담회
올해 연말 ‘회계기본법 제정’을 위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공론화 추진이 첫발을 떼게 될 전망이다. 회계기본법은 각 법률과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감사 관련 법조항을 통합하는 것으로 2017년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으로 시작된 회계제도 개혁을 완성시키는 의미가 크다.
최운열(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공공, 민간 부문 회계원칙이 모두 달라 회계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큰 만큼 회계기본법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합리성을 높이겠다”며 “한국회계학회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12월 2일 중간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회계기본법이 제정되면 미국의 회계 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와 같은 독립적인 회계감독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이해관계가 있는 여러 정부 부처들이 모여 논의를 해야 하고 법률을 개정하는 게 아니라, 제정하는 것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회계개혁 이후 회계투명성이 향상됐다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회계투명성이 40위권에 머무르는 등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금융당국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배구조 우수기업을 선정해 ‘주기적 지정’을 일정 기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회계개혁이 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 연속 자율적으로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면 다음 3년은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최 회장은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주기적 지정을 한 번 정도 유예한 뒤 다시 지정받게 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기적 지정제는 회계개혁을 대표하는 중심 제도 중 하나로 상징성이 크고, 실질적 감사 강화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계업계에서는 주기적 지정제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최 회장은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한 감사인 주기적 지정 면제 방안은 시장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주고, 회계투명성을 포기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흔들림 없는 회계개혁 추진과 함께 회계업계의 강도 높은 내부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개혁과제를 하려면 우리 스스로 떳떳해야 되기 때문에 자율적인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한다”며 “경업금지 위반, 가공 보수 지급, 자금 유용, 재무제표 대리작성, 고의적 분식회계 동조 등 공인회계사의 직업윤리를 저해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 정지 혹은 퇴출까지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공인회계사회 차원에서 회계사 징계 수위가 올라가고, 구체적인 퇴출 기준 마련 등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외부감사법에는 법률 위반과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감사인의 등록을 취소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금융위는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공인회계사자격·징계위원회를 설치해서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