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헤즈볼라 이어 후티까지 폭격

2024-09-30 13:00:01 게재

전선 확대 이스라엘 vs “단호 대응” 이란 … 바이든 “네타냐후와 대화할 것”

29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레바논 헤즈볼라 지도자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한 이스라엘 공습 현장의 피해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29일(현지시간) 예멘 반군 후티의 근거지 폭격에 나선 것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23일부터 집중 공습해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 수뇌부를 제거한지 이틀 만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주축으로 중동지역 ‘저항의 축’을 차례로 노리며 전선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이란은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마저 이스라엘의 이런 행보를 허용해선 안된다면서 “단호한 대응”을 언급해 중동지역 확전 우려가 치솟는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으로부터 나스랄라 폭살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하고 ‘패싱’을 당한 미국은 “전면전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외교적 해결’이란 수사 외에 현실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AFP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투기를 포함한 수십 대의 항공기가 라스 이사 항구와 호데이다 항구, 발전소 등을 공격했다.

예멘 반군이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스라엘 공군은 예멘 호데이다까지 약 1700㎞를 날아 폭격 작전을 수행했다.

후티군이 운영하는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4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공군 지휘통제실에서 예멘 공습을 지켜본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아무리 멀어도 적을 공격하는 데에는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헤즈볼라를 겨냥한 레바논 공습을 이어갔고,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공격도 계속했다. 특히 레바논에서는 수도 베이루트 도심의 주택가를 처음으로 폭격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후티 공습이 발전소와 연료 탱크와 같은 ‘민간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은 것을 비난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란은 시오니스트 정권의 전쟁이 역내 및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칠 결과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했다.

페제스키안 이란 대통령은 레바논에 대한 지원과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국영 언론의 논평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저항의 축’ 축가들을 차례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레바논 전사들을 전투에 홀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예멘 폭격 직후 나온 발언이다.

이스라엘의 지난 27일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에선 나스랄라 외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부사령관인 아바스 닐포루샨도 사망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용납할 수 없고 대응하지 않은 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 확대로 중동에서 확전 가능성이 고조되자 “우리는 정말로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해변 별장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도버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동에서 전면전을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그는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방부에 역내 억제력 강화 및 미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미군 준비 태세를 조정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 등에 의한 역내 미군 및 미국 이익에 대한 공격시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의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에서의 확전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전쟁 휴전 제안,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간 일시 교전 중지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모색하고 있으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초강경파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헤즈볼라뿐 아니라 예멘 반군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확전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방송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중동 지역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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