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vs 트럼프, 미경제 어떻게 바꿀까

2024-10-02 13:00:02 게재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각 후보 공약 기반해 감세·관세·이민·주택·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 분석

모든 선거는 갈림길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11월 미국대선이 끝난 후 구축하고자 하는 경제의 비전은 많이 다르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지난달 30일 두 후보의 선거공약을 기반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인상 계획이 전면 시행될 경우 미중 무역은 사실상 중단된다. 또 국경단속과 추방으로 2028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3% 이상 떨어뜨릴 수 있다. 해리스는 부동산에서 소매업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세금과 예산지출

트럼프 대선공약의 핵심은 첫 임기 때 통과된 세금감면안(2025년 만료) 연장이다. 트럼프는 또 일부 기업의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낮출 계획이다. 트럼프는 또 팁과 초과근무수당 면세, 자신이 직접 서명한 주·지방정부 공제한도 폐지 등 더 많은 세금감면을 약속하고 있다.

해리스는 창업비용에 대한 중소기업 세금공제를 5만달러로 10배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녀세액공제를 현행 2000달러에서 적격 자녀 1인당 최대 3600달러로 인상하고 신생아에겐 6000달러의 세액공제를 신설할 방침이다.

공화당은 낭비성 지출을 줄이고 에너지 생산을 장려하며 관세수입을 늘리면 감세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리스는 좀더 구체적인 세수증대 계획을 마련했다. 법인세율을 28%로,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28%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의회 전문가들은 법인세율의 경우 민주당이 의회를 싹쓸이할 경우 실현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자본이득세는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해리스는 또 억만장자에 대한 최저소득세를 신설하고 자사주매입에 대해 현재 4배 수준인 4%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현재 GDP의 99% 수준인 연방정부 부채는 트럼프의 감세안 연장 및 법인세 인하로 2028년 GDP의 116%로 상승한다. 해리스의 아동공제, 주택구입자 지원, 법인세 인상 계획은 같은 기간 부채를 109%로 늘린다.

트럼프의 감세정책은 경제를 부양해 2028년 GDP를 현재 대비 0.270%, 물가를 0.442% 상승시킬 전망이다. 해리스의 경우 GDP는 0.064% 감소하고, 물가는 0.101%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은 두 후보 모두 매파

1기 트럼프정부는 수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우선주의’의 핵심인 관세를 2배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2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 대해서는 60%까지 관세를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멕시코산 자동차, 해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존 디어 앤 컴퍼니’의 농기계는 물론 달러를 포기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또 중국의 최혜국 지위를 취소하고 중국 투자자가 미국 내 부동산이나 기업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막을 방침이다. 트럼프 해리스 두 후보 모두 일본이 US스틸을 인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리스 역시 1기 트럼프정부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면서 새로운 관세를 추가한 바이든정부 무역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해리스는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인상 계획이 미국소비자 비용을 올릴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해리스는 또 미국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세금공제를 약속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관세 계획이 전면시행된 뒤 중국만 이에 보복할 경우 2028년까지 미국 GDP가 0.8% 하락하고 물가는 4.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국가들도 대거 보복에 나선다면 수출 감소가 성장과 인플레이션 모두에 타격을 주면서 GDP는 -1.3%, 물가는 0.5%로 떨어진다고 예상했다.

이민 막기도 비슷

이민은 바이든 집권 후 불법 국경통과자가 급증하면서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불법 이민자수는 지난해 12월 30만명을 넘어섰지만, 올해 6월 이민제한이 시행된 후 급격히 감소했다.

트럼프는 수백만명의 서류 미비 이민자를 추방하고 지난 임기에 시작한 국경장벽을 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서 이민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국경통과자 급증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후 해리스는 이민정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국경통과를 단속하는 법안을 다시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공화당 전략가이자 20년 동안 국회의사당에서 일한 브렌든 스타인하우저는 “민주당 입장이 바뀌었다”며 “양당 사이 국경안보에 초점을 맞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1~2년 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줄면 GDP도 하락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국경봉쇄 △2020년 이후 입국한 불법이민자 추방 △모든 미승인 이민자 추방이라는 3가지 시나리오를 모델링했다. 최근 입국자만 추방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정책변화가 없는 상황에 비해 2028년까지 GDP가 3%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불균등할 전망이다. 불법이민 노동자 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플로리다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의 경우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이주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임금과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추방으로 수요와 공급이 모두 타격을 받으면 전체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지원

해리스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최대 2만5000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주택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400억달러 규모의 기금과 신규 주택건설업자를 위한 새로운 세금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해리스는 세입자를 돕기 위해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는 집주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규제조치를 제안하는 한편 단독주택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투자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폐지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해리스와 마찬가지로 주택건설을 위해 일부 연방토지의 용도 변경을 제안했으며,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줄여 주택건설 비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은 불법이민을 억제하면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은 주택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당연히 주택을 살 수 있는 구매력 문제도 심각하다. 해리스는 2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 한다. 문제는 해리스 공약이 주택을 사기 쉽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월 납부액은 일반가구 총소득의 약 1/3을 차지한다. 팬데믹 이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규 주택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 수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급을 지원하는 조치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훨씰 더 걸린다. 이 2가지 상황이 합쳐치면 주택가격이 상승해 해리스 보조금은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에 돌아가는 혜택이 될 수 있다.

물가 놓고 상호비난 게임

바이든 임기 중 물가가 급등했다. 트럼프는 해리스 역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들은 관세 및 감세 같은 트럼프 일부 공약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는 트럼프의 물가안정 공약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는 시추를 위한 새로운 토지를 개방하고, 석유·가스 생산업체에 세금감면을 제공하며, 파이프라인과 관련한 인허가 승인 속도를 높여 석유·가스 생산을 늘리면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리스의 공약 대부분은 중산층가정의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가격규정을 위반하는 기업에 대한 새로운 처벌을 포함해 식음료 가격폭리를 금지하는 연방정부의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20년 3월 이후 식료품 가격이 25% 인상됐다. 해리스는 정부의 광범위한 권한을 활용해 물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하지만 올바른 해결책이 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팬데믹 이후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지만 지난 수년 동안 식료품 기업의 수익률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마트들이 비용상승과 공급망 차질에 직면해 마진을 보존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한 것이지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블룸버그는 “기업의 가격조정 능력을 제한하는 것은 경제운영과 물가안정에 필수적인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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