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추가보복 없으면 보복 종료”
이스라엘 “이란, 큰 실수 저질러 대가 치를 것” … 중동전쟁 확장 우려 치솟아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이 하니예 암살의 주체라며 보복을 공언했지만, 직접 군사적 대응에 나서지 않고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 대리세력이 대응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 사이 이스라엘은 하마스 섬멸을 위한 가자지구 공격을 지속하면서도 헤즈볼라와 후티 등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 토벌을 시작했다.
특히 헤즈볼라를 겨냥해 지난달 17일 무선호출기(삐삐) 폭발로 통신체계를 초토화했고, 열흘 뒤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다히예를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 이날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도 함께 사망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습이 감행된 날 새벽에는 2006년 이후 18년 만에 레바논에서 공식적으로 지상 작전마저 개시했다.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타격하며 전선을 넓히자 이스라엘의 중동 확전 노림수에 끌려들어가지 않으려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던 이란은 방향을 틀었다. 이스라엘의 행보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친이란 세력의 신뢰가 흔들리고 반이스라엘 네크워크 운용 동력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해 직접 보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날 공격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폭사한 하니예와 나스랄라,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날 공격 역시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이란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실이 포착되자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방공호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군사기지 3개가 타격받았다며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지만, AFP 통신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금까지 파악된 정보에 기반할 때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패배했고,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경보를 발령한 지 약 1시간 만에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해제했고 이날 오후 10시 현재까지 경상 2명 외에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브리핑에서 “미사일 상당수가 요격됐지만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서 일부 타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미사일 공격 뒤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지 않으면 자신들의 보복 조치는 종료된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나서 보복을 공언해 중동전쟁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1일 미사일 공격이 ‘자기 방어권’ 행사라며 “이스라엘 정권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 조치는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란군도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모든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대해 경고했다.
이란군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가 직접 개입할 경우 이 지역의 중심지와 이익단체들도 이란 이슬람 공화국 군대의 강력한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반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일 안보회의에서 “이란이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체제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결의, 적에게 보복하려는 우리의 결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란의 공격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는 후과가 따를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보복) 계획이 있으며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