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격화 우려에 글로벌 증시 휘청
뉴욕 3대 증시 일제히 하락 … 한국·일본 증시도 1%대 ↓ 출발
원달러 환율 16원 급등 … ‘인력감축’ 삼성전자 장중 6만원 붕괴
1일(현지시간)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지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하고, 한국과 일본 증시는 1%대 내림세로 장을 출발했다. 국제유가는 장중 5%대 급등하고 원달러환율은 16원 급등 출발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외국인·기관 동반 순매도 = 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72포인트(1.03%) 떨어진 2566.55로 출발해 9시 20분 현재 전일 대비 1.20% 하락한 2562.03에서 거래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319억원, 기관은 1218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개인투자자만 2480억원 순매수 중이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1.46%) 내린 6만600원에 거래 중이다. 개장 직후 2.60% 하락하며 5만99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23년 3월 16일(5만9200원)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다음 주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과 맥쿼리의 목표가 하향 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각 코스닥 또한 전거래일 대비 7.99포인트(1.05%) 하락한 755.89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223억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41억원, 28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0원 오른 1323.8원에 개장했다. 오전 9시 16분 현재에는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4.0원 오른 1321.8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간 거래에서 1307.8원까지 내려 지난 1월 3일(1304.8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환율이 급등했다.
전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4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93%), 나스닥종합지수(-1.53%) 등 일제히 하락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180발의 탄도미사일을 포격하고 이스라엘이 보복을 예고하자 전면적 확대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피살되자 이란이 보복 의사를 밝히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고조돼 왔다.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VIX)는 이날 19.26으로 급등했다.
◆국제유가 급등 = 이란의 공격으로 국제유가는 한때 5.5% 넘게 급등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공격 과정에서 원유 생산시설 파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다만 장 마감 전에는 낙폭을 줄이며 안정세를 보였다.
이날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66달러(2.44%) 급등한 배럴당 69.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중동 전쟁을 두고 많은 안일함이 있었다”며 “트레이더들이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석유 공급이 중단될 위협을 대체로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이스라엘이 대응 사격을 하면서 이란의 핵 시설이나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지 봐야 한다”며 “이란은 현재 하루 5년래 최고인 3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이란발 석유 공급이 어려워지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래피디언에너지의 밥 맥널리 대표는 “이번 공격이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란의 공격이 닿은 범위와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이스라엘의 대응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맥널리는 “4월처럼 이란이 공격에 실패하고 이스라엘이 교전을 자제한다면 원유의 위험 프리미엄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유가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다. 다만 아직까지는 유가 상승폭이 경제활동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70달러(WTI) 수준의 유가는 글로벌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 등으로 유가가 장기간 90달러 이상 수준에서 유지되는 고유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제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당장 미 대선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사태의 추가 악화를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 즉 이스라엘과 이란간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단기 악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6개월 연속 제조업 부진 … 미 경제 부담 여전 = 다만 이날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 (ISM)의 9월 제조업 PMI는 47.2로, 여전히 기준선 50을 밑도는 수준을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제조업 부진을 나타냈다.
S&P글로벌의 9월 미국 제조업 PMI는 47.3을 기록해 전월치인 47.9를 밑돌았다. 이는 약한 수요와 생산 감소, 취약한 고용 시장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항만 노조의 파업도 시장이 우려하는 사안이다. 4만5000여 명이 가입된 동·남부 지역 항만 노조는 단체교섭 결렬에 반발, 47년 만에 파업을 결의하고 이날부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여파가 당장 소비자들에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공급망 혼란이 불가피해지면서 미국 경제는 수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어 미국 경제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것 같지 않다고 언급한 발언은 시장의 추가 ‘빅컷(0.50%p 금리인하)’ 기대를 낮췄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