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학살 멈추라” 전세계 시위 물결

2024-10-07 13:00:02 게재

가자전쟁 1년 맞아 미국·유럽서 수만명 거리로 … 휴전촉구·팔레스타인 지지

가자전쟁 1주년을 하루 앞둔 6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에 따라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가자지구 북부 지역을 탈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일어난 지 1년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에도 가자지구의 포성은 멈추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의 모스크 한 곳과 피란민 대피소가 있는 학교에 공습을 가해 19명 이상이 숨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이날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밤새 30여차례 폭격했다고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5일 최대 수만명이 참여해 휴전을 촉구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전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에선 약 4만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런던 중심부를 행진했으며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에서도 수백~수천명이 시위에 나섰다.

경찰이 대거 배치된 가운데 런던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을 벌이며 “지금 휴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전이 이어지는 레바논에서 “손 떼라”는 구호도 나왔다.

시위에 참여한 아그네서 코리는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지금은 레바논과 예멘에서, 그리고 아마도 이란에서 잔혹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영국 정부는 불행히도 립서비스만 하면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런던에서는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행진 때 이스라엘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저지선을 넘으려는 시위대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현장에서 15명이 공공질서 위반 및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로마에선 약 6000명이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레바논에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미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당국의 시위 금지령에도 거리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 최소 30명의 경찰관과 시위대 3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약 1000명이 “대량학살 1년”이라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베를린의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반유대주의 확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몸싸움하기도 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는 950여명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대량학살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소규모 친이스라엘 시위도 벌어졌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파리에선 수천명의 시위대가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여 “대량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레바논에서 손을 떼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들고 팔레스타인인과 레바논 국민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스위스 바젤에서는 수천명이 휴전과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 제재, 스위스와 이스라엘의 과학 협력 중단 등을 촉구했다고 키스톤-ATS 뉴스통신이 전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는 북소리에 맞춰 “가자(Gaza)!”를 외치며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마닐라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미국의 이스라엘 무기 공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려던 활동가들이 폭동 진압 경찰관들과 충돌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도 수천명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며 “이스라엘은 인종차별 국가”,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는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인질 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이같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테러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보안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AP 통신은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 시위가 가자지구 전쟁 발발 1년이 되는 오는 7일까지 계속되며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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