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가 고아로 ‘둔갑’ 해외입양 국가배상청구
실종 딸 44년 만에 찾아
44년 전에 잃어버린 딸이 미국으로 입양된 것을 확인한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실종아동 부모 한태순씨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실종아동의 불법 해외입양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씨 부부는 1975년 5월 충북 청주에 거주할 때 6살 자녀 경하씨를 잃어버렸다. 한씨가 잠시 장을 보러 나간 사이 딸이 사라진 것이다. 나중에 확인된 바에 따르면 통닭을 든 어떤 여성이 경하씨를 따라오라며 어딘가로 데려갔다. 경하씨는 제천역앞 파출소를 거쳐 고아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경하씨는 실종 2개월 만에 고아가 돼 입양기관에 인계됐고 7개월 만인 다음 해 2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딸을 애타게 찾던 한씨는 경하가 미국으로 입양됐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한씨가 딸의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19년 10월. 입양 한인과 가족을 지원해 주는 한 비영리단체로부터 자신이 제공한 DNA와 같은 딸을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다. 경하씨도 부모를 찾기 위해 DNA를 기관에 등록해 둔 것이 맞아떨어졌다.
한씨는 “국가가 관내 경찰서 미아 발생 신고 사실, 아동보호기관의 미아 보호시설 확인 등의 절차만 제대로 이행했어도 딸을 다시 상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원가정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보다 입양수수료를 받고 신속하게 해외입양을 추진했던 상황에서 국가의 아동보호 책임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조민호 아동권리연대 대표는 “영아원 등 아동보호시설 역시 불법적으로 해외입양된 것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보호자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할 의무를 저버리고 미아에 대한 성급한 해외입양을 알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배상소송을 최초로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입양된 과정에서 국가 등의 잘못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50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 입양자는 16만9292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1966년 고아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4개 입양알선기관만이 정부 허가를 받아 해외입양 알선 업무를 전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까지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해외입양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건 신청은 총 375건에 이른다.
박광철·이재걸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