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국감 피하더니 도서관 행사에 버젓이 등장
2021년 역외 탈세 의혹 vs 개인 이름 딴 도서관에 기부 …올해 국감에서도 논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한가운데 서있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 건립에 기부를 한 바 있다. 당시 역외 탈세 논란이 제기되던 상황이었고, 실제 MBK는 이후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을 추징당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북가좌동에서 열린 ‘김병주도서관’ 착공 행사에 참석해 고려아연 인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MBK가 고려아연의 적대적 M&A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된 이후 이날 처음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밀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간 내세운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웠지만 정작 그와는 거리가 먼 기존 지배주주와 손을 잡고 경영권 분쟁의 빈틈만 노려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MBK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적대적 M&A에 나섰지만, 부정적 여론에 시달렸던 이유는 중국 등 해외 매각 가능성 외에도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와 손을 잡았다는 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 고문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오너로서의 책임 회피 문제와 환경오염 개선 외면 문제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어 영풍 석포제련소는 대법원으로부터 카드뮴 유출 문제로 60일 간의 조업정지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회장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설명하며 “MBK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훌륭한 경영진과 손잡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주장과 엇박자를 보인 셈이다.
세간에서는 그동안 MBK가 인수한 기업의 사례를 보면 주주가치와 지배구조 개선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고 지적한다. MBK는 여전히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투자 수익을 회수하는 데 골몰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감에서도 MBK가 금융사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은 뒤 기업을 인수하고, 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기업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이른바 ‘묻지마 빚투’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 김병주 회장은 투자 원칙으로 대상 기업이 현금을 원활하게 창출하는지, 또 업계에서 선두권 기업인지가 중요하다며 솔직하게 투자 기준을 제시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돌연 지배구조를 앞세우고 있는데, 되레 연달아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이 건립비 절반을 기부해 도서관에 개인 이름을 새긴 것을 놓고도 비판의 시선이 있다. 그가 최근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와 중국 자본 유입, 핵심 기술 유출 우려 등으로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사모펀드 수장이라는 점에서다.
김 회장은 2021년 개인 이름으로 기부한 이유에 대해 미국의 문화를 들어 “개인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대부분 개인이 기부하고, 기부를 ‘선물(Gift)’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전적으로도 기업 기부는 세금이 공제되기 때문에 정부로선 세수가 줄어든다. 반면 개인이 하면 절세나 홍보 등 다른 목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김 회장은 이미 역외 탈세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이후 실제 MBK는 국세청으로부터 수백억원 대의 추징을 당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병주 MBK 회장 이분은 미국 시민권자”라며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아 역외탈세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돈 벌고 미국에 세금을 낸 거 아니냐. 그런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