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그림자가 마음을 덮다…청소년 불안감부터 치매환자 취약성까지

2025-03-17 13:00:03 게재

‘기후불안’ ‘솔라스탈지아’ 등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최근 새로운 용어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인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질병 하위유형에 대한 상세 정보나 인구 유전학 영향 고려 등 부족한 점이 많지만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래세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솔라스탈지아는 환경 철학자인 글렌 올브레히트가 만든 용어다.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이나 고향의 변화로 인한 상실감과 비통함을 뜻한다.

17일 국제학술지 ‘환경심리학 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의 논문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호주 청소년들의 심리적 고통과 미래 전망에 미치는 영향(Climate change concerns impact on young Australians’ psychological distress and outlook for the future)’에 따르면, 정신 건강이 취약한 청소년일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호주는 2019~2020년 ‘블랙 서머’라 불리는 대형화재와 2020~2023년 광범위한 지역에서 홍수가 일어났다.

여성 노인과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24년 4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이 나온 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사진 가운데) 등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연구진은 15~19세 청소년 1만88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4~8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후변화 우려도 △심리적 고통(K6 척도) △미래 전망에 대한 감정을 5점 척도로 측정하고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함께 분석했다. 설문 대상자들의 거주지 우편번호를 활용해 극한 기후에 노출된 정도도 확인했다. 나아가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Multinomial logistic regression)을 통해 기후변화 우려와 관련 요인들의 연관성, 기후변화 우려와 심리적 고통, 그리고 미래 전망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하위집단별로 이러한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살폈다.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종속변수가 세 개 이상의 범주를 가지는 경우에 사용하는 통계 분석 방법이다.

분석 결과, 청소년 4명 중 1명이 기후변화에 대해 매우 혹은 극도로 우려했다. 또한 67%가 기후변화에 대해 약간 걱정했다. 이러한 경향은 여성과 취약한 정신건강 상태의 청소년일수록 더 높았다.

더욱이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은 수준의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부정적인 미래 전망을 가질 가능성도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이 연구는 횡단적 설문조사를 활용해 △기후변화 우려 △심리적 고통 △미래 전망 간의 시간적 연관성이나 인과관계를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어떠한 작용 원리로 기후변화 우려가 심리적 고통과 미래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2024년 8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후 헌법소원 최종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논문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의 연구들과 유사하게 기후변화 우려가 청소년들의 심리적 고통(예: 기후 불안)에 기여하고, 기존의 심리적 고통은 기후 변화를 포함한 걱정과 우려의 가능성을 높이는 양방향적 연관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 영향이 확대됨에 따라 미래 세대가 느끼는 우려나 불안 및 기타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해 그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다루도록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단순히 환경적 문제를 넘어서 정신건강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인간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 학술지 ‘랜싯 신경학회지(Lancet Neurol)’의 논문 ‘기후변화와 신경계 장애(Climate change and disorders of the nervous system)’에서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뇌졸중 등 신경계 및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건강에 특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펍메드(PubMed) 등 검색 도구를 활용해 1968년 1월부터 2023년 9월 30일까지 발표된 논문들을 확인했다. 극단적 기후 사건이나 온도 변동이 19개 다른 신경계 질환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보고한 내용들 위주로 추려낸 뒤 최근 5년간 발표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측면에 관한 논문들을 검토했다.

그 결과, 극단적인 온도 변화와 정신건강 장애 발생률이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위스 베른에서 1973~2017년 정신과 입원 시계열 자료 9만건을 분석한 결과, 일일 온도가 10℃ 상승할 때마다 정신과 입원율이 약 4%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폭염에 노출된 날의 정신건강 관련 응급실 방문이 다른 날에 비해 늘었다(발생률 비율 1.08). 정신질환자가 이상고온으로 인한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연구결과도 확인했다.

더욱이 치매환자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전세계적으로 약 5500만명이 치매를 앓으며, 60% 이상이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 거주 중이다. 치매 환자는 온열질환 등 극단적인 온도변화와 홍수 산불 등 재해에 특히 취약했다. 실제로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여름 평균 온도가 1.5℃ 증가할 때마다 치매 관련 병원 입원이 12%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이 논문에서는 “보고 기준 정의가 다양하며 기후 연관성에 대한 치료 효과와 치료에 대한 기후 연관성 효과 등의 해석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신경계 질환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와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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