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계 항만기업 허치슨 매각 반대
트럼프는 환영
파나마운하 터미널서 발화
23개국 43개 터미널운영
중국이 홍콩계 글로벌 항만운영기업 CK허치슨과 미국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매매계약을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 허치슨 매각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와 미국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 등은 지난 14일 중국의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HKMAO)이 CK허치슨과 블랙록의 거래를 중국에 대한 배신이라며 비판하는 국영언론 논평을 다시 게시하자 허치슨의 주가가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3일 홍콩의 대공보(大功報) 신문은 이 거래가 “전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기는 것”이며 “국가적 이익을 무시하고 허치슨이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논평을 게재했다.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웹사이트에 다시 게재된 논평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해상 무역을 제한할 것이고 △중국 기업은 물류 및 공급망에서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평은 “이번 거래는 미국이 국가 권력을 이용해 강압 압력 유도 등 비열한 수단을 통해 다른 나라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는 패권 행위”라며 “그것은 ‘사업적 행동’으로 포장된 권력 정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CK허치슨과 사무판공실은 응답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해당 지역을 감독하는 중국 정부기관이 비판적인 논평을 다시 게시한 것은 허치슨이 직면한 복잡한 지정학적 압박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베이징의 지원없이는 이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치슨은 지난 4일 블랙록-TiL 컨소시엄과 △파나마운하 양쪽 입구에 있는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을 운영하는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 지분 90%와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구를 소유·운영하는 허치슨 홀딩스 자회사 및 관계사 지분 80% 등을 매매하는 ‘원칙적 거래’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운하에 대한 중국 영향력을 문제 삼으면서 운하에 대한 지배권을 되찾겠다고 공언한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았다. 특히 블랙록과 컨소시엄을 맺은 Til은 세계 최대규모 해운기업인 스위스 MSC의 항만터미널 자회사여서 세계 해운 및 항만시장 판도 변화에 미칠 영향도 거론됐다.
거래금액은 228억달러(약 33조원)로 명시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계약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허치슨은 4일 발표 때도 미완의 계약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 허치슨 공동 상무이사 프랭크 식스트는 발표문에서 “이 거래는 순전히 상업적 성격이며 파나마 항구와 관련된 최근의 정치 뉴스 보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제한 뒤 “투자자는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CK허치슨 주식을 거래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발표문에는 “이번 거래는 파나마 정부가 매수 및 매각의 제안 조건을 확인하면 별도로 진행된다”며 “허치슨 터미널 인수는 블랙록-TiL 컨소시엄이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확인적 실사, 확정적 문서의 합의, 필요한 규제 승인 수령 등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신속하게 진행된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계 부호 리카싱이 소유한 CK허치슨은 자사의 사업 운영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