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간 새카맣게 몰라…탄핵정국 허점

2025-03-17 13:00:24 게재

미국 에너지부, 올 1월초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

외교부 늑장·산업부장관 방미 2번, 분위기 파악 못해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1월 민감국가로 지정했는데 우리정부는 두달동안 새카맣게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탁핵정국에 따른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특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월과 2월 잇따라 미국을 방문했으면서도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장관은 국내 장관급 인사중 유일하게 올해 미국을 두차례 방문했다.

17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바이든 정부시절인 1월초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시켰다. 민감국가는 단계에 따라 △테러지원 국가(북한 이란 시리아 등) △기타 지정국가(한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로 구분된다.

민감국가에 포함되면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공식 확인했다.

민감국가 분야 우리나라 창구인 외교부는 “이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민감국가 분류가 아직 최종 확정된 건 아니라는게 맞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에 포함했다는 시점과 비슷한 시기인 1월 6~10일 미국을 방문했다. 8일에는 미 에너지부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간 약정(MOU)을 체결했다.

2월 26~28일에도 미국을 찾았다. 이 기간중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못 만났다.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부 장관은 만났으나 이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지난달 장관의 방미 성과로 양국간 에너지, 조선,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비관세장벽(NTB) 등 분야별 협의체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에너지위원회 및 내무부 홈페이지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양국간 장관급 면담 사진이나 보도자료는 같은 내용으로 양국 해당기관 홈페이지에 게시해왔던 점과 대비된다.

오히려 안 장관의 방미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양국 절대다수 품목이 무관세인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투자비가 최대 430억달러(약 63조원)에 이를 만큼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된다. 미국의 알래스카에 대한 투자요청은 1980년대부터 이어져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업부 장관이 미국 출장으로 얻은 것보다 미국에게 받은 청구서 부담이 더 크다”는 애기가 나온다. “현지 방문을 두번이나 했는데 이러한 기본동향 파악도 못한다면 무엇때문에 출장을 가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감국가 지정은 우리 연구자들이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책연구원 방문 및 연구 협력시 신원검사, 사전평가 등 절차가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으며 미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안은 외교부가 주무부처”라며 “산업부는 외교부로부터 우리나라가 민감국가로 지정받은 것을 통보받은 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덕근 장관은 3월 중에도 미국을 방문해 에너지부 장관과 면담할 예정으로 알려져 대응방안이 주목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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