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우리금융 ‘동양생명 인수 승인’ 무게
경영실태평가 3등급 영향 크지 않을 듯
BIS비율 확대가 핵심, 내부통제 강화도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우리금융의 동양생명보험·ABL생명보험 인수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는 인수 승인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불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편입 요건은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법적으로 금융위원회에 재량권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승인 여부는 금융위의 최종 판단에 달려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1월부터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내놓으면서 인수 심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심사결과 초안을 작성해 금융위 실무부서와 협의한 후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 안건을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정례회의 전에 진행되는 안건 소위원회에서 사실상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2등급 마이너스(-)로 유지하고 금융사고가 터진 우리은행의 등급을 하향조정해서 보험사 인수 관련 논란을 피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3등급 플러스(+)로 등급을 낮췄다.
일각에서는 승인 결정의 부담을 금융위에 떠넘겼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급하게 서둘러서 내놓은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금융위의 손발이 묶인다면 이상한 일 아니냐”며 “인수 심사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내 보험산업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해서 잘 운영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심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부분은 아니고 참고사항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를 허가하지 않으면 우리금융지주가 낸 1550억원 가량의 계약금이 몰취될 수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자보험과 동양생명보험·ABL생명보험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몰취 조항을 내용에 포함시켰다. 우리 금융당국이 인수를 불허하면 다자보험이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반대로 중국 정부가 불허할 경우 다자보험은 계약금을 돌려주고 위약금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에 제동을 걸면 국부유출 논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금융위는 승인을 해주면서 부대조건을 걸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12.0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 12%를 간신히 넘겼다. 지난해 3분기말(11.95%)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승인을 해준 이후 12% 밑으로 비율이 떨어질 경우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하락할 경우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인허가 업무를 담당했었던 금융권의 한 인사는 “경영실태평가 결과보다는 우리금융이 보통주자본비율을 더 높이는 게 승인 여부에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자본 확충이 부대조건의 핵심 항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강화도 조건부 승인의 중요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관리(40%), 재무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크게 3가지 부문으로 진행된다. 이번 우리금융의 등급 하락은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사건 등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통제 관련 항목인 리스크 관리 부문과 자회사 관리 항목 등이 포함된 잠재적 충격 부문에서 점수가 깎였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우리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에서 추가적인 금융사고가 또 터질 경우 보험사 인수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내부통제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관리인력을 148명에서 205명으로 늘렸다. 57명을 신규 배치한 것이다. 우리금융 전체 내부통제 전담 인력은 251명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고 패턴을 이용해 이상징후를 탐지하는 이상징후 검사시스템도 지난달 가동했다.
한편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승인 여부는 5월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작성하는 초안에는 승인 여부에 대한 의견이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쟁점에 따라 몇 가지 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안건 소위원회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논의를 벌일지가 관심이다. 논의가 마무리되면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을 하는 구조여서, 안건 소위원회 논의 속도에 따라 승인 시점이 정해질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