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은행점포 축소’ 방치할 일 아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참으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수출기업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을 중심으로 나름 선방했지만 내수기업은 소비위축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매출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내수기업의 전반적인 어려움에도 내수에서 최대 실적을 낸 기업이 있으니 바로 은행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순이익은 16조4000억원으로 2023년보다 약 10% 늘어나는 등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고금리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 데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견조한 수요가 이자수익을 견인했다.
그런데 은행들은 이런 호실적에도 점포(국내지점 및 출장소)를 현저히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은행 점포수는 2016년말 7103개였는데 2024년 6월말에는 5728개로 무려 1375개가 줄어들었다.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2017~2019년 중에는 391개 줄어든 반면 2020~2024년 6월 중에는 2017~2019년의 2.5배 수준인 984개나 줄어들었다.
4대 금융지주 사상 최대 이익 내고도 점포 현저히 줄여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2020년부터 유행한 코로나19 팬데믹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는 단순히 감염병 전파에 따른 보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금융의 일상에도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금융디지털화의 진전이다. 10여년 전부터 금융의 디지털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고객의 대면거래가 지속적으로 줄어듦에 따라 점포가 계속 줄어들었다.
이러한 추세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정책 때문에 고객의 은행이용이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 등 비대면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올해 들어서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은 53개의 점포를 추가로 폐쇄하는 등 이러한 추세는 멈출 줄 모른다.
은행점포의 지속적인 감축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이 고령층이나 저소득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제한이다. 지금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지방 시군은 고령화뿐만 아니라 지방소멸과도 마주해야 한다. 앞으로 점포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은 더욱 제약을 받으면서 금융접근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점포 축소 계획을 보면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제 이 문제는 단순히 지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의제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금융접근성의 제한이 가져오는 폐해는 단순히 금융거래의 불편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정보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접근의 제한으로 이어져 소득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은행점포 축소에 따른 금융접근성 폐해 방치해선 안돼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선 은행들에게 신도시에서의 신규 점포 신설 등을 은행 점포 축소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점포 축소를 스스로 억제하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은행간 점포 공유 등을 유도해 고객 불편을 줄여나가야 한다. 또한 점포에 퇴직 예정자들을 배치시켜 그들에게 고령자와 장애인 전담 모바일앱 설치 및 사용 도우미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
무엇보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거스르기 어려운 추세인 만큼 고객의 금융디지털 이해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지자체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대체로 운동이나 취미생활 위주였다면 이제는 지역주민에 대한 금융디지털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 및 은행과 협력해 스마트폰뱅킹 사용 등 디지털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포용금융을 구현해 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