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기대에 러 채권·루블화 투자 ‘꿈틀’

2025-03-18 13:00:00 게재

NDF 활용 제재 우회 모색

러 기업채권 기대감도 상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화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서방 제재를 우회해 러시아 채권과 루블화에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를 활용한 루블화 투자와 러시아 기업 채권 매입이 주요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8일 전화 회담을 할 예정이다. 서방 헤지펀드 등은 휴전 합의가 되면 제재가 완화돼 러시아로 자본이 다시 유입되고, 러시아 채권과 통화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에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30% 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로 현재 서구 펀드들이 직접 러시아 자산에 투자하기는 어렵다. 서방 은행들이 대러 제재를 준수해야 하는 탓에 러시아 채권, 루블화와 직접 거래가 불가능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목받는 수단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을 활용한 루블화 투자다. 서방 투자자들이 NDF를 이용해 루블화 가치 상승에 배팅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시장에 간접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NDF는 실제로 해당 통화를 주고받지 않고, 계약 당시 정한 환율과 만기 시점의 환율 차액을 달러로 정산하는 거래다. 제재를 피해 투자가 가능하다.

씨티그룹 신흥시장 전략 책임자인 루이스 코스타는 “서방 은행들은 제재를 준수해야 하지만, NDF를 활용하면 러시아 통화나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투자은행 KNG의 트레이더인 이고르 나르토프는 “최근 NDF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었고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호가를 제시하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크라 전쟁 이후 러시아 회사채 거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 국채 뿐 아니라 러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도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고립된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주 사이 일부 헤지펀드들은 2022년 이후 가치가 급락한 러시아 기업 채권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투자회사 나인티원의 채권 애널리스트 로저 마크는 “헤지펀드 커뮤니티 내에서 러시아 기업 채권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며 “다만, 여전히 루블화의 글로벌 거래량이 적고, 기업 채권 또한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제재와 내부 규정으로 인해 접근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 시장에서의 루블화 거래량은 주당 5000만달러 수준으로, 전쟁 이전 수십억 달러 규모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카자흐스탄 텡게(KZT)를 루블화의 대체 투자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푸틴 합의가 결렬될 경우 대러 추가 제재가 강화되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고 FT는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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