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PI, 예상보다 둔화 … 긴축종료 기대감

2023-11-15 11:05:17 게재

S&P500 1.9%↑· 나스닥 2.4%↑… 국채 10년물 금리 4.4%대 급락

달러 2개월 만에 최저 … 근원물가 '4%' 고물가 장기화 우려 여전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둔화했다.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뉴욕증시는 급등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4%대로 급락하고 달러화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기대인플레이션이 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근원물가도 4%대를 유지해 고물가 장기화를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히 지속할 전망이다.

◆근원물가 2년 2개월 만에 최저 상승률 = 1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미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로 전월 3.7%보다 크게 둔화됐다. 이는 지난 7월(3.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0.0%)에 머무르며 전월 0.4% 상승률보다 떨어졌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3.0%로까지 낮아졌다가 유가 급등 여파로 8∼9월 3.7%로 반등한 바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로 둔화세를 지속했다. 이는 2021년 9월(4.0%)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월 대비로도 0.2% 올라 9월 상승률(0.3%) 대비 둔화했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전월대비 휘발유가격이 5.0%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고차(-0.8%), 신차(-0.1%) 등도 전월 대비 하락해 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반면 외식(0.4%) 주거비(0.3%) 운송서비스(0.8%) 등은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약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거비가 6.8%로 여전히 높지만 둔화세를 이어가고, 항공운임과 중고차·트럭, 에너지, 의료 서비스 부문이 예년 같은 달과 비교할 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전체적인 물가의 하향 안정화를 뒷받침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2개월 만에 최저 = 이날 발표된 물가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미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달러화 가치도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강세를 나타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45%로 전일보다 19bp(1bp=0.01%) 급락했다. 2년물의 경우 4.84%로 전일대비 20bp 급락했다.

미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달러화 가치도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인덱스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4로 지난 8월 말 이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4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91% 상승, 나스닥 지수는 2.37% 급등했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지난 4월 27일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 확대 =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확률을 0.2%로 반영했다. 전일 금리인상 확률을 14.5%로 반영했던 점을 고려하면 하루 사이에 금리인상 기대감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상할 확률도 전날 23.3%에서 0.2%로 하락했다.

금리인하를 시작하는 시기는 내년 5월로 예상된다.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현행 연방기금금리(5.25~5.50%)는 내년 3월까지 지속된 후 내년 5월을 시작으로 7월 9월 12월 각각 0.25%p 총 4회의 금리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전에 비해 첫 금리인하 시기가 빨라지고 예상 금리인하 폭 역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물가 장기화를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히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 주 11월 미시건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지만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4%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측 충격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고, 최근 다시 높아진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심리 등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이번 CPI 결과가 연준의 긴축 종료를 뒷받침해주겠지만 불안정한 기대인플레이션 흐름은 이후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 인하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예상을 뛰어넘은 미국 물가 상승압력 둔화세에 장 초반 2%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오전 9시 25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 대비 43.42포인트(1.78%) 오른 2476.67에서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48.96포인트(2.01%) 상승한 2482.21에 개장한 뒤 247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15.37포인트(1.94%) 상승한 809.56에서 등락 중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1.9원 떨어진 1307.0원에 개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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