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교육학 이론으로 다시 보는 교육 이슈

갑진년 새해, 교육개혁의 골든타임으로

2024-01-03 10:46:28 게재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희망찬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 내일신문과 공동으로 12명의 교육학자들이 뜻을 모아 '이론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교육 이슈'에 대해 칼럼을 시리즈로 게재했다. 교육학자의 역할은 교육을 이론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또한 그 이론을 활용해 교육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교육학자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이론을 적용해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개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시급한 교육개혁 과제인 '저출산 문제 해결과 사교육비 부담 경감, 학교의 교육력 회복'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사교육비 부담 경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에 0.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최저 수준이고 2023년 이후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해에 태어나는 출생아 수도 2022년 25만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저출산 해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청년들은 초저출산의 원인으로 고용 불안, 경쟁 압력, 주거 불안과 함께 양육과 교육에 대한 불안을 들고 있다. 첫 아이를 낳는 결정과 둘째 이상의 아이를 낳는 결정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양육과 교육에 대한 불안은 둘째 이상의 아이를 낳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양육과 교육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상당한 부담이 사교육비라는 점에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2023년에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에 의하면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 학생의 경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통계는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 단계만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실제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청년들이 자녀의 양육과 교육의 부담이 없도록 안심할 수 있는 교육정책의 비전과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 내용이 청년들에게 잘 전달되고 이해될 수 있어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 영유아 보육 단계에서 유보통합을 통해 안심할 수 있는 양질의 보육 서비스와 유아교육을 제공한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늘봄학교 정책을 통해 퇴근시까지 보육과 교육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정책의 변화도 중요하다. 초·중등 교육단계에서 방과후학교를 내실화해 사교육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준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에서의 평가와 대학입시도 사교육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개혁 방향이 더 잘 전달될 필요가 있다. 저출산 대책의 중요한 부분이 교육개혁이고 이러한 내용이 청년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되도록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2023년에 큰 이슈가 된 학력 격차,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의 이슈는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왔던 사안이 사건을 통해 크게 증폭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2년간의 온라인 수업에 따른 후유증도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력 격차가 심화되었고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성 함양에 있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학교의 교육력과 교권의 회복

학교의 평가제도와 대입제도가 결합되어 학교의 교육력이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적 평가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평가제도가 고등학교에 집중되어 있어서 사교육이 늘어나는 상황을 초래했다. 고등학교에서 지식 중심으로 내신평가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선택과목의 수능제도가 운영되면서 사교육만 늘어나는 상황으로 연결되고 있다. 평가의 혁신이 필요하다.

OECD는 미래 인재의 역량을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의 평가기준이 지식에 한정되어 있다. 특히 지식을 암기하는 수준을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기준에 매몰되어 있는 결과다. 미래사회에는 고차원적인 창의적 지식이 더 중요하고 지식을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리더에게 더 중요한 역량은 '인성과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에서 우수한 인재는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훌륭한 인성과 태도를 갖추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다. 교사의 교육적 평가 영역과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는 방향이다.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연결된다. 한 아이도 놓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여야가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학생들이 성장 과정에서 배움을 저해하는 원인들이 다양한데 지원 정책은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지원의 중복과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모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다. 이번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에서 모두 발의한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협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모두를 위한 교육개혁에 힘을 모아주기를 정치권에 당부 드린다.